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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데프 “군 현대화” 지시 … 미국도 군사력 강화 ‘맞불’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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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핵 전력을 포함한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라고 군에 지시했다. 옛 소련권으로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확장과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MD) 기지 건설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러시아가 대미 강경 조치의 일환으로 군사력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미·러 대립 분위기가 냉전을 방불케 하는 양국 간의 군비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오렌부르크에서 군 지휘관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최근 그루지야 전쟁이 보여줬듯이 군 현대화가 최우선 과제”라며 “이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올 연말까지 세우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2020년까지의 장기 전력 강화 목표로 핵 억지력 확보, 첨단 무기 배치, 군 운용 시스템 개선 등 5개 항목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현재 순항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핵 잠수함 생산과 군사용 우주항공시스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 “러시아 군 현대화 계획으로 세계 전력 균형이 깨지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군비 증강에 맞춰 미국도 군사력 강화에 나설 뜻이 함축된 것으로 풀이됐다.

러시아 군은 2015년까지 7척의 핵 잠수함을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2만4000t급 핵 잠수함 ‘유리 돌고루키’를 진수시킨 데 이어 2009년에는 같은 급인 ‘알렉산드르 넵스키’를, 2011년에는 ‘블라디미르 모노마흐’를 배치할 계획이다. 신형 핵 잠수함들은 옛 소련 시절에 만들어져 이미 폐기 처분됐거나 퇴역을 앞두고 있는 핵 잠수함들을 대체하게 된다.

‘유리 돌고루키’는 107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수심 450m까지 내려가 100일 동안 머물면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최대 사거리가 8000㎞에 이르는 신형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불라바’ 12기를 주력 무기로 탑재한다. 불라바엔 개별 조준이 가능한 10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6월에 이어 18일에도 불라바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국방비도 매년 늘려가고 있다. ‘강한 러시아’ 건설을 기치로 내건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현 총리)이 취임한 2000년 이후 매년 20~30%씩 국방 예산을 늘려왔다. 올해도 전년도에 비해 20%가 늘어난 408억 달러(약 47조원)를 배정했으며, 내년에는 다시 17%가 늘어난 479억 달러를 국방비로 책정할 예정이다. 국방예산의 대부분은 첨단무기 개발과 구매에 쓰이고 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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