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잇따라 실패 코스닥 상장사 자금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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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증권시장 안팎에서 돈줄이 마르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들 중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증시 침체에다 시중 자금난이 심화한 탓에 청약률이 너무 떨어져서다. 불황의 여파로 돈벌이가 신통치 않아지자 빚을 늘린 상장사도 늘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이후 국내 증권사의 자금난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닥 상장법인 46개 사가 52건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청약시장이 바짝 얼어붙으면서 자금 조달이 불발하거나 차질을 빚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네오쏠라·윈드스카이·GBS·디아만트·썬트로닉스·한국오발은 청약이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코어세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149억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하려다 증시 침체로 여건이 좋지 않자 증자계획을 접었다. 뉴인텍·어울림정보기술·아큐텍반도체기술·미디어코프·사라콤·팜스웰바이오는 청약률이 100%를 밑돌았다. 디보스와 NHS금융도 각각 전환사채 100억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 153억원의 발행을 추진하다 청약이 저조해 차질을 빚었다.

대우증권 정근해 연구원은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자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증시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코스닥 기업이 늘고 있다”며 “그러나 청약시장이 위축돼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전체 상장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96.4%로 지난해 말보다 9.9%포인트 높아졌다. 불황의 여파로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이 줄면서 빚 의존도는 높아진 것이다.

증권사 자금사정도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후 은행권이 증권사에 단기자금을 빌려주지 않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자금난이 다급해지자 증권금융이 지난주 1조원의 자금을 풀어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이번 주에는 각 금융회사가 재무건전성 관련 비율을 맞춰야 하는 분기말이 돼 증권사마다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증권사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했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서도 돈이 빠져나갈 조짐이 보이고 있다. CMA는 주로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인데 최근 금리 급등으로 채권값이 떨어져 CMA 수익률이 하락할 우려가 있어서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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