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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지원” 아트 팩토리 짓는데 주민들은 “개발 숙원” 볼멘소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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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호 05면

예술인 작업실이 몰려 있는 문래동 3가는 경인로와 맞닿아 있다. 문래 4거리를 가로지르는 이 왕복 6차선 도로 건너 1가엔 내년 말께 아트 팩토리(Art Factory·창작 팩토리)가 들어선다. 아트 팩토리 사업은 도시 곳곳의 유휴 공간을 예술 창작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서울시가 추진하는 창의·문화도시 만들기 사업의 일환이다.

- 문래동 개발 현주소 와 쟁점

금천구와 함께 영등포구가 아트 팩토리를 유치하게 된 것은 예술인 창작촌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구청 측은 문래동에 이런 군락지가 있는지 몰랐다. 지난해 6월 ‘경계 없는 예술센터’ 측이 구청에 거리 예술제 지원을 요청하면서 이들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이때만 해도 입주한 예술단체는 10여 곳에 불과했다고 한다.

평소 지역 내 척박한 문화 환경에 속을 앓던 구청 측은 반갑게 화답했다. 문화체육과 연동렬 팀장은 “열악한 주거·작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실험적 예술에 대한 열정을 굽히지 않는 예술가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회고한다.

지역을 실험예술의 메카로 육성할 수 있으리라는 착안도 했다. 이때부터 발벗고 나선 구청은 서울시 문화정책과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창작 지원을 위한 아트 팩토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올 7월 구청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예술인 55명 중 80%가 “아트 팩토리에 향후 입주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정작 예술인 창작촌이 재개발 위기에 놓이면서 서울시와 구청 측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애초에 아트 팩토리를 유치할 땐 창작촌 예술가가 공간을 활용하면서 활기찬 작품 생산을 하게끔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대규모 개발에 따른 임대료 상승으로 작가들이 밀려나면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는 셈이다. 서울시와 영등포구는 “아트 팩토리는 그 자체로 지역의 문화 거점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역시 최선은 창작촌과 아트 팩토리가 공존하는 것이다.

현재 예술가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그냥 이대로 가는 것”이다. 싼 임대료와 편리한 교통, 시간이 지체된 듯한 독특한 공간의 매력은 예술가가 의욕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한옥만 보존 가치가 있느냐, 근대의 역사를 아로새긴 이 공간은 그 자체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게다가 아트 팩토리가 인근에 들어섬으로써 실질적 지원을 해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그러나 창작촌이 입주한 문래동 3가는 민간 지주들의 땅이다. 서울시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새 대규모로 들어선 아파트·주상복합 주민들은 재개발 민원을 끊임없이 넣는다. 쇳가루와 소음이 쾌적한 환경을 해친다는 불평이다. 철공소 밀집 지역을 지나쳐 초등학교에 통학하게끔 된 지리적 문제점도 안전 우려를 낳는다.

다만 이 일대가 ‘영등포구 부도심권 지구단위계획구역’에 속하기 때문에 시와 구청의 큰 그림이 방향타를 잡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개정되는 지구단위계획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는 조례 개정에 따른 준공업지역 종합정비계획 원칙 중에 “예술인이 모여 있는 문래동 3, 4가 일대는 지역 특성을 살려 유지토록 지원해 갈 것”을 언급했다. 영등포구도 문화적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유도해 가자는 생각이다.

구청 관계자는 “자본주의 개발 논리를 못 당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예술가들이 존재함으로써 지역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광범위하게 설득하려면 결국 예술가들의 지역 기여 행보가 빨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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