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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부동산 정책 봇물…자칫하면 낭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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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택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주택거래신고지역.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개별공시지가….

올 가을 집을 옮길 계획인 주부 김모(38.서울 마포구 공덕동)씨는 각종 보도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면 머리가 아프다. 집을 사고팔 때 내는 세금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알겠는데 뭐가 뭔지 구별하기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강도높은 개입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부동산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나 투기꾼들과 달리 실수요자들일수록 정부가 내놓는 제도와 용어를 낯설어 하는 경우가 많다. 투기억제를 위해 세금을 높게 물리는 지역인 것을 모르고 집이나 땅을 매매했다가 예상치 못한 세금부담에 당황하는 사례도 생긴다.

◆투기지역에선 실거래가로 과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 목적의 거래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무겁게 매기는 것이다.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사는 사람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하기도 한다.

정부는 투기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주택투기지역과 토지투기지역을 지정한다. 투기지역에서 부동산을 매매하면 일반지역과 달리 양도세가 실제로 거래된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서울의 투기지역에서 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산 뒤 1년 안에 되팔 경우 50% 세율을 적용, 2375만원의 양도세를 물게 된다. 비투기 지역에서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국세청 기준시가로 세금을 계산할 때보다 적어도 30% 이상 부담이 늘어난다.

현재 주택투기지역에는 서울 강남구를 포함, 전국 55개 지자체가 포함돼 있다. 토지투기지역은 올 들어 크게 늘어나 현재 25개 지자체가 지정돼 있다.

특히 토지투기지역에서는 땅은 물론 상가와 오피스텔을 팔아도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양도세를 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지역 내에서 일정 면적 이상의 땅을 매매할 때 지자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투기가 의심되는 거래를 원천봉쇄 하려는 취지다. 현재 전 국토의 15%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기존 주택에 적용되는 주택투기지역과 달리 새 아파트의 분양권을 되팔지(전매) 못하도록 규제한 제도다. 올해 1월 1일부터 사업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에서는 조합원의 명의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행위도 금지됐다.

◆엉터리 신고 땐 과태료=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는 집을 사고팔 경우 15일 안에 반드시 실거래가로 거래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실거래가로 신고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할 때보다 취득세와 등록세 부담이 3~6배 늘어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69평짜리 타워팰리스는 취득세와 등록세가 1838만원에서 9570만원으로 급증한다.

늦게 신고하거나 엉터리 사실을 신고해도 취득세액의 최고 5배까지 과태료를 물게 된다.

주택거래허가제는 신고제보다 더 강력한 조치다. 하지만 아직 시행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정부는 신고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더 치솟을 경우 시행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현재로선 시행 가능성은 작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개인끼리 부동산 거래를 하고 싶어도 허가를 못 받으면 거래가 성사되지 못한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하반기에 도입될 예정인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는 강력한 재건축 투기대책으로 통한다. 저층 아파트를 고층으로 재건축하면서 늘어난 개발이익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환수하겠다는 것인데 구체적 환수 방안은 현재 논의 중이다.

◆가격.세금 기준도 제 각각=같은 땅이나 건물인데도 가격이 여러 개다.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할 때 쓰는 가격이 다르고 지방자치단체가 취득세나 등록세를 물릴 때 쓰는 기준가격이 다르다.

비투기지역에서 공동주택을 팔 경우 국세청의 기준시가에 따라 양도세를 물린다. 기준시가는 통상 시가(실거래가)의 70~90% 수준이다.

주택거래신고지역이 아닌 지역에서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행정자치부의 시가표준(시세의 30~40%)을 기준으로 매긴다.

건물분 재산세는 기준시가를 토대로 산출한 '신축 건물 기준가액'에 용도.구조.위치.연수지수를 각각 반영한 뒤 시세에 따른 가감산율(-20~+100%)을 추가로 적용해 계산한다. 오는 7월에 고지서가 발송된다.

종전까지는 면적기준으로 60%까지 가산하다 보니 서울 강남과 강북의 같은 평수 아파트라도 강남의 세금 부담이 더 적어 형평성 논란을 빚기도 했다.

종합토지세(토지분 재산세)와 토지분 취득세.등록세는 건교부가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고시하는 개별공시지가를 기초로 산정된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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