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로쓰는가정문화>8.때리는 아이.때리는 부모-독일 경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독상공회의소 사무총장 프로리안 슈프너(52)는 한국생활 15년 남짓한 독일인.
한국인 아내와의 사이에 딸(8세),아들(3세)을 두고있는 그는 『아이를 가르치는 수단으로 체벌한다고 인정하는 독일인은 한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의 말은 독일에는 자녀를 때리는 부모가 한사람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독일 역시 사회저층 일부에 자녀를 구타하는 부모들이 있어 더러 사회문제화 하기도 하고 슈프너 자신도 딸아이가 부주의하게 자동차문을 열면서 차밖에 서있던 자신을 쳤을 때 반사적으로 「찰싹」하고 가벼운 손찌검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자녀의 훈육수단으로 체벌이란 방법을 쓰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독일사회의 분위기란 설명이다.
슈프너가 체벌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컴퓨터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딸아이에게는 때리는 것보다 게임을못하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독일의 부모들은 때리는 대신 외출을 금지하거나 컴퓨터게임같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하거나 집안일을 시키는 것으로 벌을 준다』고 예를 든다.
체벌에 대한 한국가정과 독일가정의 태도를 비교해달라는 주문에그는 『문화와 관습이 다른데 나란히 비교해 말하기가 쉽지않다』고 문화의 상대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한국사회가 독일에 비해 전반적으로 폭력에 대해 관용적인 것같 다』는 견해를조심스레 피력했다.
그에 따르면 독일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는 것이 지난55년부터 법으로 금지돼있다.슈프너는 잦지는 않아도 아이들끼리서로 때리는 것에 대해서도 벌을 주거나 교사가 중재자로 나서 통제한다면서 『그런 사정은 한국도 마찬가지 아 니냐』고 반문한다. 그는 『성장과정에서 규칙적인 체벌을 받는다면 아이들이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겠느냐』며 학교 혹은 가정에서의 자녀폭력이 여러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방치되는 우리의 현실문제를 간접적으로 지적하고 독일이 2차대전을 계기로 사람들의의식수준이 변했던 것처럼 한국사회의 체벌에 대한 태도도 점차 변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