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經濟살리기' 나진.선봉에 혼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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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은 고사(枯死)직전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주체경제 유지에대한 안팎의 의구심까지 감내하며 경제개발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나진(羅津).선봉(先鋒) 경제특구는 그같은 노력의 전형이다.북한은 남한기업도 초청한 가운데 9월13 일부터 나진.
선봉 현지에서 투자설명회도 갖는다.다음은 LG경제연구원 유승경(劉承璟)선임연구원의 「나진.선봉 투자유치 계획」 논문 요약이다. [편집자註] 나진.선봉지역을 개발,경제난을 해소해 보겠다는 북한당국의 의지는 특히 금년부터 가시화됐다.김일성(金日成)유훈중의 하나가 이 지역에 대한 개발이었다고 밝히면서 해외에서의 투자유치활동을 적극 전개했다.
그러나 북한의 개발의지가 보다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은 투자유치안의 변경과정이다.
북한이 최초로 투자유치 희망분야를 발표한 것은 93년5월.
그후 북한은 네차례 수정작업을 벌였고 지난 7월 김정우(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위원장)의 일본 순회활동후 이를 최종확정했다. 이 과정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북한은 1차 계획당시▶제조업 68개분야 36억6천만달러▶인프라 분야 33억3천만달러등 모두 69억9천만달러의 외자유치를 희망했다.
이와함께 93~95년,96~2000년,2001~2010년까지3단계로 나누어 이 지역을 개발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그러나업종별 건당 투자규모가 너무 큰데다 투자유치 희망분야도 지나치게 중공업에 치우쳐 있었다.
그 결과 1차 계 획의 목표연도인 95년까지의 실적은 거의 전무했다.북한측 발표에 따르더라도 외자유치액은 고작 2천만달러에 불과했고,그나마 기본계획과는 무관하게 진행됐었다.
이후 북한은 수정작업을 거듭,지난 2월 네번째 수정안을 통해1차 계획의 대체판은 아니지만 내용상 이와는 뚜렷이 구별되는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컬러TV.VCR 공장의 규모를 대폭 줄이고 가방등 노동집약적인 분야의 투자를 늘린 것이 다.북한은 이어 지난 7월 일본 투자설명회를 거치면서 1차계획을 완전히 수정.대체하는 안을 제시했다.그 내용은▶1백1개 공업투자 대상(36억4천만달러)▶15개 인프라 투자대상(9억8천만달러)▶3개서비스부문 투자대상(1억6백만달러) 등이다.
그 구체적 내용은 1차 계획때와 성격이 전적으로 다르다.우선1백1개 공업투자 대상중 원유가공공장.석유화학공장.반도체공장등3건을 제외한 나머지 98건의 평균 투자규모를 5백1만달러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게다가 85건은 5백만달러 이하였다.이와함께 전기.화학분야도 노동력 활용이 용이하고 북한이 기술적으로 소화할수 있는 업종으로 재편했다.인프라분야도 청사진을 제시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나진~원정(元汀)간 고속도로 건설등 우선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분야 를 정리해 제시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업종별로 외국기업을 상대할 북한기업 12개를선정한바 있다.
이중 은하무역총회사를 제외한 조선식료회사등 11개는 나진.선봉유치를 위해 새롭게 만든 회사들이다.
북한의 이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우리 중소기업이 무리없이 투자할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인 동시에 대기업일지라도 당장 대규모 투자를 할수 없는 한국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수 있다.
한편 우리 정부의 9월 투자설명회 참가 기업 선정은 북한측의투자계획에 부합되는 조치로 판단되지만 우리기업이 북한의 변화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북한의 변화를 가속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참가단 규모등은 아쉬움을 남 기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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