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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1만km를가다>2.티베트의 일처다부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티베트에는 씨족사회의 모계풍습이 아직도 남아있다.티베트인들의일처다부제는 흔히 티베트를 찾는 이방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고유 풍습중 하나다.티베트 창탕고원 니마(尼瑪)현에서 만난 디기(18)라는 처녀는 『언니의 남편이 세명이며 집안의 재산상속과 가계도 언니가 이어간다』고 수줍어하면서 귀띔해 주었다.일처다부제는 오지 유목민들만의 풍습이 아니다.티베트 수도 라싸의 한 여행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여직원은 남편을 두명 두고 있었다. 티베트 일처다부제의 생활방식은 여성우위의 사회풍습을 통해 그대로 간직되고 있다.티베트에서는 야크를 끄는 힘든 일을 제외하고는 김매는 밭일,초원에서 양떼를 몰거나 양젖을 짜는 일등이모두 여자들 몫이다.요리나 빨래.바느질등 가사는 남녀가 같이 하지만 가정의 중요 결정권은 여자쪽에 있다.
일처다부제 가정은 전체 가구수의 25%를 차지하고 5%는 일부다처제의 가족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처다부제에서 남편은 형제간이 가장 일반적이고 친구간 또는 심지어 부자간에 남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부자간에 부인을공유하는 경우는 아버지가 홀아비가 됐을 때에 한한다.반면에 일처다부제에 비해 보기 드문 일부다처제는 자매 또 는 어머니와 딸이 남편을 공유하는 경우다.어머니와 딸이 한 남편을 섬기는 일부다처제는 어머니가 과부가 된 뒤 가족을 부양할 남자가 필요한 경우에만 이뤄진다.과부가 된 어머니는 먼저 새 남편을 맞이한 뒤 딸이 성장하면 계부와 결혼시켜 남편을 공유하는 것이다.
티베트의 일처다부제나 일부다처제는 외부세계와의 접촉이 어려운척박한 땅인 고지에서 유목민들이 생존의 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이뤄낸 독특한 풍습이다.따라서 티베트인의 이름은 혈연에 바탕을둔 성 개념은 전혀 없고 오직 이름만이 있을 뿐이다.이름마저도단순해 구별이 어려울 때는 이름 앞에다 늙고 젊음,출생지,생김새의 특징등을 곁들여 이름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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