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해진 개혁고삐 죄기-재산의혹 의원 內査.징계방침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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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재산신고와 관련,축소.은폐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정부의 별도내사와 강력 징계방침은 문민정부 집권후반기의 일관된 개혁의지 천명으로 해석돼 정가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문민정부 초반 휘몰아쳤던 사정(司正)폭풍이 잠잠해 진 뒤도 오래다.곳곳에서 개혁의 고삐가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정부로선 개혁의 템포가 변함없다는 가시적 조치와 함께 느슨해진 사회분위기도 잡아야할 필요성이 절실한 상태다.
특히 깨끗한 정치를 표방해온 현정부로선 의원들의 「깨끗하지 못한」부분을 눈감아줄 경우 국민들을 설득할 논리마저 상실하는 어려움을 겪게된다.재산공개 의혹 의원들에 대한 처리를 명쾌하게함으로써 현정권의 개혁의지가 결코 중단되거나 후 퇴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집권후반기면 늘 표출되어왔던 공직사회의 뇌물수수와 공직이용 부정.축재등 기강해이와 임기말 누수현상에 대해서 강력한경고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됐음직하다.
여권 고위관계자도 『사회지도층의 불법.부정축재등을 묵과하는 분위기라면 삶의 질(質)제고와 민생안정이라는 집권후반기의 목표도 결국 불가능하다는게 최고위층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또 8.15 특별사면.복권이 화합과 포용이라는 명분과 달리 개혁의 후퇴등으로 비춰지며 현 정부의 개혁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미쳤다는 부담감도 이같은 찬바람을 재촉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에 사면.복권된 인사들이 대부분 율곡비리.한전비리.대출미끼 수뢰등 공직이용 축재사범이란 점에서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로서도 당황한듯하다.자칫 현정부의 「깨끗한 정치」슬로건까지 퇴색할지 모른다는 상황인식에서 문제의원들에 대한 강력 한 처방이 제시됐다는 설명이다.
물론 정치적 요인도 맞물려있다.개혁으로 요약될 수밖에 없는 현정권 5년의 치적(治績)에 대한 총체적 평가가 될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는 것.어물쩍 재산공개 의혹을 넘어갈 경우의 손익계산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8.15 사면 .복권의 등돌린 여론이 이로인해 증폭될 경우 여권이 정권 재창출의 화두로내건 「21세기 새정치」의 호소력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게 여권핵심의 판단이라는 전언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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