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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과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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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임신 4개월인 박모(38·회사원)씨는 중국에서 수입된 국내 유명 제과업체의 과자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박씨가 즐겨 먹던 과자였기 때문이다. 박씨는 “가끔 집에다 사다 놓고 과자를 먹었다”며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았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수입된 과자에도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산 과자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검출된 양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부가 멜라민이 검출된 2건과 같은 분유를 사용해 만든 제품의 생산·유통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불안하다”=24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 등 2개 제품에 멜라민이 함유됐다고 발표하자마자 신세계 이마트 등 주요 할인점은 해당 제품을 일제히 매장에서 철수시켰다.

신세계 김대식 홍보팀장은 “식의약청의 발표가 난 뒤 소비자의 우려와 안전을 고려해 해당 제품을 진열대에서 우선 뺐다”며 “중국산 유분을 사용한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판매 여부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도 “멜라민이 든 과자를 먹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얼마나 위험하냐”와 같은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신장이 안 좋은데 멜라민이 들어 있다는 과자를 즐겨 먹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상덕’이라는 네티즌은 “중국산 유해 먹거리는 정말 골칫거리”라며 “한국도 먹거리를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유통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 수준 아니다”=국립독성과학원 장동덕 위해평가연구부장은 “멜라민이 137ppm 검출된 ‘미사랑 카스타드’ 제품은 체중 10㎏인 영·유아가 매일 6개 이상씩, 장기간 먹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상적인 경우 장기간 같은 과자를 먹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크게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ppm은 100만분의 1을 의미한다. 100만㎎에 어떤 물질이 1㎎ 포함돼 있으면 이를 1ppm이라고 한다.

경희대 의대 신장내과 이상호 교수도 “영·유아는 분유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고용량에 장기간 노출돼 사망사고를 일으켰지만 과자로는 유해성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허술한 수입식품 관리=식의약청은 멜라민이 검출된 2건과 같은 분유를 사용해 만든 제품의 생산·유통 현황 등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식의약청은 “문제가 된 현지 업체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에 대해 사전 예방 차원에서 회수·폐기 조치를 내렸다”고 했지만 회수·폐기 목록을 제시하지 못했다. 최성락 식의약청 식품안전국장은 “현재 동일한 원료를 사용한 다른 제품이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허술한 원산지 표시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원료의 원산지를 구체적으로 표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입처가 자주 바뀔 때에는 원산지 표시를 ‘수입산’으로만 표시할 수 있게 돼 있다.

한편 해태제과는 미사랑 카스타드와 같은 공장에서 같은 분유를 원료로 생산된 ‘오트웰’ 제품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1만9000상자를 모두 회수하고 있다. 이 회사 소성수 홍보팀장은 “피해를 본 소비자에겐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하겠다”고 말했다. 크라운제과는 ‘오곡쿠키’와 ‘참쌀설병’을 중국의 또 다른 과자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들여오고 있어 자체 검사를 하고 있다.

김창규·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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