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드’에 빠진 골프 회원권 경기 침체로 가격 20% 급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천정부지로 치솟던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25일 회원권 거래업체인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지난 3월에 비해 회원권 가격이 평균 20%가량 하락했다. 이 회사 정영각 팀장은 “올 3월까지 2년 동안 급등했던 회원권 가격이 몇 개월 사이 다 빠져 2006년 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10억원이 넘는 이른바 황제 회원권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올 초 16억원선에 거래되던 경기도 광주 이스트밸리 골프장은 이날 현재 11억원으로 6개월 전보다 5억원(31%) 정도 떨어졌다. 인근 렉스필드는 12억9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2억9000만원(22%) 하락했다. 5억2000만원에 거래되던 안성베네스트 골프장은 2억8000만원으로 49%의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표 참조>


OK회원권의 김종길 대표는 “가격이 떨어졌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적어 매수자가 부르는 게 가격이 되고 있다”면서 “매년 6월 법인들이 새로 선임된 임원을 위해 회원권을 매입하는 바람에 가격이 올랐는데 올해엔 그런 기미도 없다”고 말했다.

골프장 컨설팅 업체인 듄즈 골프의 짐 황 대표는 “골프장 수가 늘어나면서 회원권의 희소성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90% 넘게 떨어진 일본처럼 대폭락하지는 않겠지만 회원권 가격은 장기적으로 볼 때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3년 말 185개이던 골프장이 2007년 말엔 294개로 늘었다(18홀 기준). 그러나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골퍼 수는 별로 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집계된다. 이에 따라 골프장 내장객 수는 2003년 18홀당 8만3000명에서 2007년 7만5000명으로 줄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12년엔 5만7000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골프장경영협회 측은 예상했다. 부킹난이 점점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고가의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2006년 200만원씩에 팔리던 주말 골든 타임 부킹권은 요즘엔 7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경기 침체도 회원권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박경효 동아회원권 애널리스트는 “접대가 많은 건설사와 증권사 등이 불황으로 (법인)회원권을 내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경기가 어려운 업종의 회원권이 매물로 많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주식처럼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하는 시대는 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골프장을 이용할 사람만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매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골프장의 회원권 가격이 분양가보다 낮아지면 회원들은 골프장에 예탁금 반환을 요구한다. 제주지역에서 벌써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황 대표는 “골프장들이 자구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일본처럼 대거 도산의 위험을 겪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J-HOT]

▶흉기 저항 중국 어선 검문하던 해경 시체로

▶김문수 지사, 안성기에게 2번 퇴짜 맞은 사연

▶서정희 "공부시켜주고 친정도…"남편믿고 동거부터

▶"박근혜와 밥먹게 해달라는 주선요청 제법 있다"

▶6·25전쟁 피란 간 시절 여성들 생리 어떻게?

▶박철-옥소리 법적 이혼, 박철 양육권 소송 승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