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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범의 행복 산부인과] 전쟁 때는 생리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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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때나 나치 시대에 여성들은 어떻게 생리 기간을 보냈을까요?” 한 여학생의 질문이 흥미롭다. 여건이 좋지 않은 피란 상황에서 여성들은 생리를 어떻게 해결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이 기간에 많은 여성이 생리가 없는 ‘무월경’이었다는 재미있는 보고가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무월경은 첫 생리를 해야 할 나이에 하지 않거나(일차성), 첫 생리를 시작했지만 갑작스러운 충격이나 몸의 이상으로 3개월 이상 생리를 하지 않는 것(이차성)을 말한다. 전쟁 중에 여성들은 긴박한 상황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생리가 없어지는 ‘이차성 무월경’을 겪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차성 무월경은 전쟁과도 같은 현대 사회를 사는 젊은 여성에게 흔히 나타난다. 이는 생리를 주관하는 것이 뇌이기 때문. 뇌 속 뇌하수체는 생식선 자극 호르몬을 분비해 난소에서 난포호르몬을 생성한다. 이 호르몬의 역할은 장차 아기로 성장할 수정란이 착상하도록 자궁내막을 증식시키는 것. 이때 난자가 정자를 만나지 못하면 난소에서 황체호르몬이 생성돼 자궁내막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떨어져 나간다. 그것이 바로 생리혈이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심한 운동, 지나친 다이어트, 공포심은 이렇게 뇌의 호르몬 분비에 변화를 일으켜 생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심리적 요인이 아닌 뇌하수체 종양이 있거나 무배란증·자궁경부 유착의 경우에도 생리가 끊어질 수 있다.

반면 일차성 무월경은 ▶질이나 처녀막이 폐쇄됐거나 ▶선천적으로 난소 또는 자궁이 없을 때 ▶염색체 이상이 있을 때 발생한다. 따라서 16~18세가 됐는데도 초경이 없거나, 생리가 있다가도 3개월 이상 생리가 끊겼다면 당연히 산부인과 진찰을 받아야 한다.

“생리가 없으니 편하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여성을 본다. 무월경은 단순히 생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뒤에는 반드시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특히 무월경은 폐경 이후에나 나타나는 질환을 부르기도 한다. 골밀도의 급격한 감소로 골다공증이 생겨 젊은 나이에 골절이 생기는 ‘젊은 노인’을 만들 수도 있다.

검사와 치료는 간단하다. 호르몬·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과 난소에 무월경의 원인이 되는 질환을 파악한다. 질환이 있으면 치료를 하고, 부족한 호르몬은 보충해 준다. 질 초음파 검사가 부담스럽다면 배를 통한 초음파로도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다.

여성의 생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폐경이 된 뒤에 비로소 깨달을 것이다. 생리는 거추장스럽고 수치스러운 일이 아닌, 여성을 여성답게 만들어 주는 ‘축복’이기 때문이다.

강순범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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