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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아파트型 구치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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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대 이집트에 이미 존재했다는 기록으로 봐 감옥(監獄)의 역사는 수천년에 이르는게 확실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감옥이 등장한 역사는 고작 2백년 남짓하다.그렇다면 그 차이는 무엇일까.옛날 감옥은 범죄자를 고문(拷問) 또는 처형 등 방법으로 처벌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구금하는 장소였던 반면 근대이후 감옥은범죄를 방지하고 범죄자를 교도(矯導)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점이다. 한데 오늘날의 감옥이 과연 그같은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범죄발생률을 감소시키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습범행의 온상(溫床)이 되고 있다는 것,그리고 모든 유형의 범죄자들을 한 장소에모아놓고 죄수들에게 특정한 생활방식을 부과함으로써 비행을 생산해내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감시와 처벌-감옥의 탄생』이란 저서를 내놓은 프랑스의 석학미셸 푸코는 더욱 강하게 비판한다.감옥이라는 제도는 개선과 교정을 위해서라기 보다 억압과 통제를 위해 마련된 곳이며,따라서『범죄를 제거하는데 실패했다』고 말하기 보다 『비행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는 것이다.
범죄자들로 하여금 갱생을 꿈꾸게 하는 대신 「사회적 악의」만을 품게 한다는 푸코의 논리는 시설이나 처우 등 제도상의 문제점에서 기인한다.물론 현대적 의미의 감옥이 등장한 이래 2백여년 동안 수용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돼 오고 있지만 그 관리자들이 수용자들을 과연 「인간」으로 대접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기본적인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오늘날의 교도행정은 불과 10~20년전과 비교해도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콩밥」으로 상징되던 교도소.구치소의 이미지는 사라진지 오래고 보건.
위생.운동시설 등에서도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들린다.하지만수용자나 그 가족들의 불만은 여전하며 좀더 개선돼야 할 여지가많이 남아있다.첨단시설을 두루 갖춘 고층아파트형의 수원구치소가곧 운영될 예정이라니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미결수용자의 구치소 뿐만 ■躁■嗇拙<강위석칼럼>박찬호 미국으로 이민한 많은 우리 동포들이 그 곳에 닿아 가장 먼저발견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모르는 사이에 그 고장 야구팀의 열렬한 팬이 돼 있는 자기자신이라고 한다.그러다가 그 지방을 떠나 새 곳으로 이사를 해 살게 되더라도 대부분은 처음에 정한 팀의 팬으로 끝끝내 남는다고 한다.
스포츠는 이 시대의 미국에서 가장 번창하는 종교다.스포츠라는종교의 예배방법은 스스로 플레이어가 돼 뜀으로써 즐기는 것,우상(偶像)들의 플레이를 관람함으로써 즐기는 것,이 두가지가 있다.스포츠에는 자기 자신과 우상만 있다.신(神) 이 없기 때문에 율법뿐만 아니라 사랑에도 구속받지 않는다.스포츠의 우상은 팀일 수도 있고 선수일 수도 있다.미국 사람들은 대부분 스포츠를 신앙하고,신앙하는 대부분을 스포츠화 시키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인 교민들이 미국사람이 돼 가는 것은 이 점에서부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애틀랜타올림픽이 열렸던 15일동안 이 곳의 막강한 야구팀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홈구장을 잃고 할 수 없이 떠돌이 원정길에 올랐다.이 원정을 현지 애틀랜타 컨스티튜션지는 브레이브스의「올림픽 여행」이라고 불렀다.브레이브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우승한 팀이다.
이 기간에 원정했던 곳 가운데 한군데가 마침 로스앤젤레스였기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LA 다저스팀과 한 판 경기를 가졌다.이 경기는 애틀랜타에서도 생중계로 방영됐다.그런데 그 경기에서 다저스의 선발 투수는 박찬호였다.스포츠에 거의 까막눈이고 야구경기관람에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은 필자가 박찬호를 본 것은현지시간 8월2일 미국 애틀랜타 TV에서가 처음이었다.믿음직하게 잘 생긴 청년이었다.그날 LA 다저스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2대 1로 이겼다.
중계도중 아나운서가 박찬호에 관해 설명하는 가운데 이 사람은곧 자기 나라 한국으로 돌아가 군대에 복무해야 한다는 말을 삽입시켰다.마침 올림픽을 보러 온 로스앤젤레스 교포 한 분과 이중계를 함께 보고 있었는데 여기까지 보다가 일 찌감치 잠자리에들었던 나에게 그분은 그 이튿날 박찬호의 입대와 관련된 로스앤젤레스 교포 야구팬들의 실망을 들려 주었다.
『박찬호는 재미교포 야구팬에게 우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그는 다저스 팀이 갖고 있는 5명의 스타터(선발투수)가운데 하나다.
이 다섯사람 가운데는 일본계인 노모 히데오도 들어 있다.노모가출전하는 날은 구장이 일본계 팬으로 메워지고 본 국에도 생중계된다.로스앤젤레스에 사는 교민들은 박찬호가 한국의 노모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그런데 고국에 가서 현역에 복무하게되면 경기와 연습을 잃게 돼 그는 아마 영영 1류 피처가 되는길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다.미국 야구무대에 복귀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본다.박찬호는 미국 타자들이 겁내는 정통파 강속구 투수다.거기에 비하면 노모는 변칙적인 투수다.』 내가 눈치채게된 것은 박찬호는 로스앤젤레스 교포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사는 우리 교포들에 의해 야구우상으로 조각(彫刻)돼 가고 있다는 점이었다.스포츠라는 종교는 어떤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우리편」이건 그 우리편에 굳게 참가 해야만 즐거움다운 즐거움이 우러난다는 것을 특징으로 삼는다.박찬호가 제대로 우상으로 굳건해지면 재미 교포들은 주류파 미국인 야구 신도(信徒)는 물론이고 노모를 갖고 있는 일본계 야구신도들을 상대방으로 삼는 「우리편」을 이루게 된다.
처음부터 애틀랜타에 삶의 자리를 튼 교포들조차 팀으로서는 브레이브스 신도로 남아 있으면서 박찬호가 나오는 경기에선 박찬호만이 「우리편」이라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병역법에는 현역병 대신 「공익근무요원」이란 제도가 있다.박찬호를 LA다저스팀 파견 공익근무요원으로 삼을 수는 없을까.박찬호를 위해 묻는 말이 결코 아니다.우리 1백80만 재미교포들의 가장 미국적인 삶의 즐거움을 위해 하는 말이다.
(논설고문) 강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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