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총선不正조사특위'의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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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4.11총선이 끝난지 4개월.요즘 여야의원.낙선자를 만나보면심심찮게 선거때 있었던 범법의 무용담(?)을 들을 수 있다.
후문(後聞)에 비춰보건대 탈법과 부정의 검은 잉크는 2백53개 선거구를 상당부분 적셨던 것같다.과거보다는 나았을지 모르지만 4.11은 적어도 개혁이 성공한 선거는 아니었다.
그런 선거를 놓고 지금 여야가 『몇몇 선거구를 조사해서 본때를 보이자』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이름하여 「4.11총선 공정성시비 국정조사특위」다.
그러나 작금 특위의 갈지(之)자 걸음마를 지켜보고,시한부(9월10일)수명속에서 겪을 혼돈의 운명을 점치면 이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라는 회의까지 든다.우선 여야가 씨름하는 조사대상 선거구는 기형(畸形)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민회의는종로.성동을.관악갑.부천소사등 9군데를 최종 과녁으로 정했다.
국민회의측은 『이미 고소.고발돼 있으며 부정의 증빙자료가 갖추어진 곳』이라고 설명한다.
과연 신한국당쪽에 이들 말고는 모두 깨끗한 것일까.
오히려 이들 지역보다 부정혐의가 짙은 곳이 많다는게 일반의 인식이다.입증의 한계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국민회의의 화살은 「골드」를 비켜가고 있는 것같다.
국민회의가 노리는 9곳중 상당수는 부총재급이나 총재의 핵심참모들이 낙선한 곳이어서 또다른 공정성 시비를 부를 만하다.
신한국당의 계산도 비뚤어지기는 마찬가지다.당이 골라놓은 20곳은 대부분 국민회의의 부총재.총재측근이 당선된 곳이고 자민련의 아성인 대전.충남이다.대표적으로 성북갑.도봉을.서대문갑.대전동갑.연기등이다.게다가 일부지역은 당선된 야당의 원보다 떨어진 여당출마자가 훨씬 돈을 많이 썼다는 풍문이 나돌기도 한다.
특위가 겨우 선거구를 정해도 자기모순의 난관은 겹겹이 쌓여있다.가장 곤란한 대목이 조사방법.특위의 중요한 도구는 증인신문인데 『동료의원까지 증언대에 앉힐 수 있다』고 장담하는 위원은한명도 없다.
야당위원조차 『인간적으로 어떻게…』라며 말꼬리를 흐린다.결국지구당의 사무국장.선거운동원들만 증언대에 떼밀려나오고 부정을 지휘한 당선자는 커튼 뒤에 숨게된다.
선거구를 조사해 해당의원을 망신주는 목적이라면 모를까 부정의실체를 파헤치자는 국조권 특위치고는 치사하고 졸렬한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한계 때문에 특위가 한달후 제대로 보고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은 거의 없다.지금이라도 운영의 묘를 살려국민들을 또다시 실망시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진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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