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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비용 318조 추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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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남북이 분단된지 반세기를 넘기고도 또 1년이 다 되고 있다.
한동안 모든 이의 염원이면서도 그저 「염원」에 불과했던 남북통일은 90년 동.서독 통일을 계기로 꿈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다가섰다.더욱이 94년 북한 김일성(金日成)의 사 망과 이후의극심한 경제난등은 미구에 닥칠 일처럼 부딪쳐 오고 있다.식량난으로 인한 아사자(餓死者) 속출과 탈북자 급증등은 공공연한 북한 붕괴론이 우연이 아님을 말해 준다.통일 시기가 언제일지는 장담하기 어려우나 통일에 대비,전열을 가다듬어야 하는 오늘인 것만은 분명하다.특히 통일을 뒷받침할 불가결한 수단으로 엄청난비용의 문제는 장기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통일비용을 짚어본다.
[편집자註] 우리 정부가 2005년 통일을 상정,92년 내부검토자료로 계상한 통일비용은 92년 불변가격 기준,3백18조원. 이는▶남북한이 92년 정치적 통일을 달성하고▶2005년 남북한이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평화적 통일을 성취하며▶이때까지 남북한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동일수준이 되도록 한다는 목표를 전제한 것이다.
정부는 92년 기준 남북한 GNP가 10대1,인구비 2대1등을 기본자료로 통일비용을 시산(試算)하고 있는데 목표연도인 2005년 남북한 경제격차가 해소되려면 북한의 GNP가 남한의 2분의1이어야 하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 에 투자돼야하는 자본을 현존하는 GNP 격차와 자본계수를 이용해 산출하고있다. 그 구체적 내용은 이렇다.
▶2005년 남한의 GNP는 경상가격으로 1조4천46억 달러▶2005년 북한의 GNP는 1천4백4억달러(남한과 동일한 비율의 성장을 가정)▶그런데 2005년 북한의 GNP가 남한과 같으려면 7천23억달러가 돼야 하므로 성장 격차는 5천6백19억달러▶따라서 경제적 통일비용은 2005년까지 이 액수만큼의 추가적 GNP 창출을 위한 투자의 누적액이 되는데 이때까지 북한경제가 필요로 하는 고정생산 설비는 2조1천4백8억 달러▶그러나 북한의 생산설비등 자체 경제력을 감안,나머지 비용을 원화가치로 표시하면 7백65조3천3백60억원이며 이 경상가격을 불변가격으로 환산하면 3백18조1천2백4억원이 된다.
정부의 추정액은 그 타당성 여부등에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어쨌든 우리의 통일정책 속에서 비용과 관련한 부분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통일비용에 관한한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백중,두 축이라 할 통일원과 재경원은 몇년째 입씨름만 벌이는 형편이다.
통일원은 김정일(金正日)정권의 몰락등 급격한 북한체제 붕괴에대비해 사전에 통일기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어차피통일비용이 3백조원이상 소요된다면 총액의 10%인 30조원 정도를 평소 비상금으로 비축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 기금 조달도 상징적 통일 단계부터 통일 완성 단계까지 3차로 나누어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재경원은 경제논리를 들어 통일기금 조성방안에 반대하고있다.통일이 시작되면 이래저래 돈이 들어가게 돼있는데 굳이 지금부터 돈을 쌓아둘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즉 30조원이라는 돈이 있다면 이 자금을 돌려 우리 경제구조를 탄탄 하게 만드는 것이 낫지 금고에 넣어 「죽은 돈」을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통일비용 조달과 관련,정부가 통일기금 하나만을 검토하는것은 아니다.아직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우리정부는 통일기금 조성 외에도▶통일세 신설▶국공채(통일채)발행▶통화증발▶해외차입등 다양한 재원 조달 방안을 검 토중인 것으로알려져 있다.
다만 정부의 고민이라면 어느 방안을 사용하더라도 나름대로 부작용을 피할수 없다는 점이다.예컨대 금리 5% 수준의 장기채권을 통일채(統一債)란 명목으로 발행할 경우 이를 구입할 사람도없으려니와 장기적으로 금리만 상승시켜 민간기업 투자만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또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낼 경우 이는 당장 인플레를 유발하게 된다.해외에서 돈을 꿔올 경우도 문제가 있다.
북한의 외채가 현재 1백억달러 규모라는 점을 감안할때 외국은행들은 「선(先)외채상환 후(後)차관 공여」 원칙을 내세워 돈을꿔주지 않을 공산이 크다.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정책 담당자들은『공짜 통일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중앙대 이상만(李相萬)교수등은 『세계잉여금과 통일세를 잘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독일의 경우 천문학적 인 통일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소득세와 간접세율을 올렸는데 우리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얼마간 세율을 올리는 게 불가피하다고 역설한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가 「통일=지출증가」로만 인식,미리부터 통일을 겁낼 필요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일이 되면 단기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수입도 늘어날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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