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어기짱’(?)을 놓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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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달 네 번째 생일을 맞은 영선이는 과자나 장난감을 사 주지 않으면 곧잘 ‘어기짱’을 놓곤 한다.”

어린아이와 노인의 공통점은 고집을 부리는 것이라고들 한다. 어린아이는 경험한 세상의 폭이 좁아서, 사고의 틀이 완고한 노인은 자신의 관점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생각 때문에 그런 듯싶다. 이처럼 상대방의 생각에 대해 거부하거나 부정적으로 나오며 고분고분하지 않고 뻗댈 때 ‘어기짱’이란 표현을 많이 쓰지만 이는 바른 표기가 아니다. ‘어깃장’이라고 써야 한다.

‘어깃장’은 본디 목재로 만드는 물건에 붙였던 나무를 뜻하는 말이다. 보통 고급 가구를 만들 때는 질이 좋은 나무를 쓰지만, 옛날 집의 광이나 부엌 문은 잡목으로 되는 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 문이 비바람과 강한 햇빛에 노출된 상태로 세월을 보내다 보면 비틀어지거나 휘기 십상인데,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문에 대각선으로 붙인 나무를 ‘어깃장’이라고 한 것이다.

따라서 ‘어깃장을 놓다’는 표현은 어떤 일을 어그러지게 하거나 바로 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훼방하는 것을 뜻하게 됐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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