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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화학주 '中 칼바람'에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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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 호황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던 철강과 화학 등 중국 경기에 민감한 업종들이 '차이나 쇼크'로 흔들리고 있다. 중국 원자바오(溫家寶)총리가 재차 긴축정책을 강조함으로써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꺾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큰 ▶전자▶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의 업체는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직격탄 맞은 철강.화학=지난달 29~30일 이틀간 철강금속업은 7.9%나 급락했고 화학업도 4% 가까이 떨어졌다.

대우증권 한요섭 연구원은 "중국 H시장에서는 일주일 전부터 철강.화학 등 소재주들의 주가가 10% 이상 하락했다"며 "원자재 가격의 하락도 소재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 업계는 溫총리가 철강 업체의 과잉투자를 거론한 점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 수요가 많은 핫코일.냉코일 등 판재료를 주로 생산하는 POSCO의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POSCO는 업종 내 다른 종목보다 수출 비중이 크고 전체 수출 물량의 3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수출 비중이 작고 국내 수요가 많은 철근과 H형강 등을 생산하는 INI스틸.동국제강.현대하이스코 등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미미하다.

정유업과 석유화학업도 조정 가능성이 큰 업종으로 꼽혔다. 중국의 긴축정책에 따라 수요가 줄면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유가 및 유화제품 가격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석유화학 업체가 중국 특수에 힘입어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는데 상황이 확 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해운.자동차는 일부 영향=전문가들은 중국 관련 물동량이 중국 자체 수출품이 아니라 중국에서 제조된 미국.유럽 회사의 제조품이기 때문에 충격은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증권 송재학 연구원은 "미주 경기 회복에 따라 해운 업종의 호황은 2006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중국의 물동량이 줄어도 영향이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조선 업종에 대한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누리증권 이해창 연구원은 "철광석이나 석탄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의 수주가 줄어들 수 있지만 우리나라 조선 업체들은 탱커나 컨테이너선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종도 중국의 '마이카 붐'이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 증가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올 판매 목표(15만대)를 낮출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중립적인 경기 방어.내수주=지난달 29~30일 경기 방어주들은 별다른 흔들림 없이 상대적인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KT&G는 이틀간 8% 넘게 상승했고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도 올랐다. 업종별로는 통신업과 전기가스업이 상승했다.

대우증권 이승주 선임연구원은 "경기 방어주들은 외국인들이 그동안 매수에 주력한 종목이 아니어서 중국 쇼크에 따른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해석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그간 소외됐던 내수주들을 추천하고 나섰다. 골드먼삭스 증권은 "최근 급락장은 은행주와 내수주로 갈아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신세계.국민은행.신한지주.현대백화점 등을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UBS증권도 "내수가 하반기부터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며 신한지주.삼성화재.SK텔레콤.농심 등 내수주를 추천했다.

◇전자업체는 고급 제품으로 돌파=삼성전자 등 전자 업체들은 전략 수정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중국 인구 가운데 상위 5%는 경기에 영향을 타지 않는, 구매력이 높은 소비계층"이라며 "이들을 겨냥해 고급 제품의 판촉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제품별로 수출 및 투자전략을 다듬기로 했다. LG전자의 한 임원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대부분이 제3국으로 수출해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겠지만 중국 내수시장 영업 전략의 수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고윤희.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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