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메트로 파업 대책 마련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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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노조가 26일 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서울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노조가 예정대로 파업에 들어가면 27일부터 지하철 1~4호선의 심야운행(밤 0~1시)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비인력을 투입해 심야시간대 외에는 지하철을 평상시와 같이 운행할 계획이다. 지하철 5~8호선과 국철 노선은 정상 운행한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23일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도 지하철은 정상 운행하고, 공기업 경영혁신(구조조정)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의 구조조정 철회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이에 앞서 노조는 17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에서 74.4%의 찬성(6247명)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공기업 구조조정에 반발한 노조의 파업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따라서 이번 일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다른 공기업의 구조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 시 승객 불편은=파업이 시작되면 밤늦게 귀가하는 시민들은 지하철(1~4호선) 막차 시간을 잘 챙겨야 한다. 평일 지하철 막차 시간이 현재보다 1시간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대개 출발역을 기준으로 오후 11시~11시30분에 막차가 떠나게 된다.

일부 매표 창구에는 낮 시간에도 직원이 배치되지 않는다. 따라서 창구에서 표를 사거나 무임권을 받으려는 시민의 불편이 예상된다. 김상돈 서울메트로 사장은 “현재 교통카드를 이용하는 승객이 80%가 넘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법으로 파업에 참가할 수 없는 필수유지 인력과 본사 직원, 퇴직자 등을 활용하면 ‘정상 운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최대한 발휘하는 전술을 쓰면 출퇴근 시간대 외에는 파행운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처음으로 합법 파업=파업의 최대 원인은 인력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다. 올 초 사측은 조직개편과 분사 등을 통해 2010년까지 총정원의 20%(2088명)를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하철 노조는 1989년부터 10차례에 걸쳐 파업을 벌였으나 모두 불법이었다. 노동부 장관이 강제로 파업을 멈추게 하는 ‘직권중재 명령’을 내렸지만 노조가 매번 무시했기 때문이다.

직권중재 제도는 지난해 말로 폐지됐다. 따라서 사측도 예전처럼 공권력을 투입해 업무를 정상화할 수 없게 됐다. 대신 파업 때도 최소한의 근무 인력을 유지해야 하는 ‘필수유지업무제’가 적용된다. 노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기관사와 차장은 노조원이라도 평일에는 65.7%(출근시간대는 100%), 주말에는 50%가 근무해야 한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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