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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질주하는 포르셰 … “감성이 살아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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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왜 포르셰인가

 질문에 답하는 김완근(60)씨의 목소리는 거침이 없었다. “탈 때마다 찌릿찌릿한 느낌이죠. 엔진 소리와 넘치는 힘에 나도 모르게 휩쓸린달까, 한마디로 감동을 줍니다.” 처음 차를 고를 때 주변에서는 편한 승차감의 럭셔리 카를 권했다. 아닌 게 아니라 핸들은 무겁고 브레이크는 딱딱하고, 거친 노면이 느껴졌다. 하지만 달려보니 그게 아니었다. 하루종일 운전해도 허리가 아프지 않았다. 내달리고 싶을 때는 제대로 힘을 써줬다. 늘 기대에 부응했다. “성능을 앞서는 감성이 있어 만족합니다.”

# 후회 없는 삶이란

 “열심히 살았죠. 20년 넘게 사업하면서 아쉬움이나 후회,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정리하고 부인과 떠난 일본 여행길에서 안개를 뚫고 내달리는 수십 대의 할리 데이비슨 행렬을 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해야지 생각하곤 했는데, 그 ‘언젠가’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느낀 겁니다.” 돌아오자마자 할리 데이비슨을 사 동호회 활동을 했다. 뒷좌석에 아내를 태우고 여행을 하다 더욱 편하게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가 눈에 들어왔다.

김씨는 “포르셰를 타기 전에는 포니부터 시작해 국산차만 고집했다”고 말했다. 교통 수단으로 쓰는 데는 성능이나 품질에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만큼은 ‘감성을 만족시켜 주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고 싶었다.

포르셰를 염두에 두고 있을 때 아내 임윤태(55)씨가 거들었다. 이왕 스포츠카를 사려면, 지붕 벗겨지는 오픈카를 택하라고….

그렇게 2007년형 카레라 S 카브리올레를 장만한 것이 지난해 1월. 김씨의 첫 수입차이자 첫 스포츠카였다.

김씨 부부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 19일 경기도 분당 율동공원에서 가을답지 않은 무더위 속에 몇 시간이나 진행된 촬영에도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마음에 드는 차를 한껏 자랑하고 싶은 소년·소녀의 표정 그대로였다. 포르셰를 장만한 뒤 부부의 생활은 많이 바뀌었다. 용인·안산·태백 등 국내 서킷(자동차 전용 트랙)을 수없이 들러 스피드를 만끽했다. 각종 드라이빙 스쿨도 섭렵했다. 지난해에는 독일로 가서 아우토반에서 시속 290㎞로 달려보기도 했고, 트랙에서 드리프트를 즐기기도 했다. 동호회 활동도 활발하게 했다.

이런저런 모임에서 김씨는 아무래도 연장자에 속한다. 김씨는 “젊은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늘 부럽다고, 언젠가 저처럼 되겠다고 말하곤 한다”고 말했다.

포르셰 공식 수입사인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의 분석에 따르면 포르셰의 주 고객은 30대 후반~40대 후반의 전문직·자영업자다. 물론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고객도 꽤 있다.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의 이재원 부장은 “요란한 과시가 아니라 차 자체의 매력에 빠진 오너가 많다는 게 포르셰 브랜드의 자랑”이라며 “김씨 같은 매니어 고객을 많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충성스러운 고객층에 힘입어 포르셰의 국내 판매량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엔트리급 박스터·케이맨의 최저 가격이 6000만원대, 911은 최소 1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임에도 공식 판매 첫해인 2005년(136대) 이후 2006년 209대, 지난해 363대를 팔아 매년 5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 등으로 여건이 나빠지긴 했지만 올해 450대 이상은 무난히 팔 수 있다는 전망이다. 3년쯤 뒤에는 한 해 1000대 판매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수입사의 예상이다.

주말이면 동호회 회원들과 지방을 자주 찾는 김씨 부부는 포르셰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어린이가 있으면 늘 차에 태워주고, 사진도 찍어준다.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서다.

“나의 애정이 듬뿍 담긴 포르셰를 잘 다뤄서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라는 김씨는 “열심히 일하고, 후회 없이 즐기는 삶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이승녕,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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