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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 승엽 윈윈 비결은 ‘무한 신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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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右)이 16일 요코하마와의 경기를 마친 뒤 하라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이승엽은이날 3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중앙포토]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어깨에 힘이 실렸다. 이승엽(32·요미우리)이 최근 살아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일본 언론은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 회장이 하라 감독과 재계약을 시사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개막 5연패를 시작으로 6월까지 센트럴리그 3~4위권에서 헤맸다. 온갖 진통을 앓았던 요미우리는 7월부터 상승세를 타더니 최고 13경기 차까지 벌어졌던 한신을 따라잡고 시즌 막판 치열한 선두 다툼을 하고 있다. 입이 쩍 벌어진 와타나베 회장은 “하라 감독과 재계약하는 것도 괜찮겠다. 지금으로서는 하라 감독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라, 이승엽을 믿다=최근 요미우리의 상승세는 이승엽이 주도하고 있고, 이는 하라 감독의 입지 강화로 이어졌다. 하라 감독은 이승엽이 롯데에서 이적해 온 2006년 개막전부터 그를 요미우리의 70대 4번 타자로 중용했다. 다카하시 요시노부와 고쿠보 히로키 등 기존 4번 타자들을 제치고 낯선 외국인 타자 이승엽을 팀의 심장부에 세우자 팀 내부에서 많은 비판이 있었다. 하라 감독은 그래도 끝까지 그를 밀어줬다. 이승엽은 홈런 41개(2위), 타율 0.323(2위)의 빼어난 성적으로 보답했다.

하라 감독이 한국계이기 때문에 이승엽을 끔찍하게 생각한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이승엽은 “그런 소문을 듣고 감독님께 물어보니 아니라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지나치게 가까운 사제지간은 오해를 낳기도 했다. 올해 초 이승엽이 부진에 빠지자 하라 감독에게도 비난이 쏟아졌다. 또 2군에 있던 이승엽이 베이징 올림픽 참가를 결정하자 ‘요미우리가 1군에서 쓰지 않았던 이승엽이 경쟁국 4번 타자가 됐다’는 언론의 비판도 있었다.

◆이승엽, 하라를 돕다=하라 감독은 올림픽에서 돌아온 이승엽을 1군으로 불렀다가 6경기를 마친 뒤 다시 2군으로 내려보냈다. 서로 위태로운 상황이었기에 적절한 거리 유지가 필요했다. 하라 감독은 시즌 내내 경질설에 시달렸고, 호시노 센이치 일본 대표팀 감독 등 후임자 이름까지 거론됐던 터였다. 사령탑이 교체되면 이승엽의 팀내 입지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해법은 승리뿐이었다. 이승엽은 방망이로 어려움을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다. 그는 14일 1군에 재복귀한 이후 8경기에서 홈런을 무려 6개(32타수 10안타)나 터뜨렸다. 23일 히로시마와 원정경기에서도 안타를 기록하며 4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 나갔다. 이승엽은 하라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뒤늦게나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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