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성과 집착은 자산 까먹는 지름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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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투자의 안전지대가 없다. 글로벌 신용위기에 전 세계 시장이 급등락한다. 이럴 때일수록 자산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23일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방한한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 자산배분운용팀의 브렌트 스미스(47·사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장기 수익률을 결정하는 것은 마켓 타이밍(시장을 예측한 투자)이 아니라 자산 배분”이라고 강조했다.

-자산 배분이 왜 중요한가.

“매년 최고의 성과를 거두는 자산은 없다. 한 해 최고의 수익률을 올린 자산이 이듬해에는 최악의 성과를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10월까지 이어진 5년여의 강세장에 투자자들은 주식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잊었다. 그러곤 수익률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올해는 어떤가. 자산 배분은 리스크를 최적화하는 수단이다.”

-최근엔 모든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자산 배분이 의미 있나.

“1∼2개월간 전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글로벌 신용 위기 여파에 단기 반응한 탓이다. 그러나 연초 이후로만 봐도 중국은 60% 이상 급락한 데 반해 캐나다 증시는 올랐다. 조금만 장기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산 배분 시 고려할 점은.

“개인들에게 ‘왜 투자하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돈 벌려고’라고 답한다. 투자의 목적이 없다. 그러니 리스크는 생각하지 않고 수익에만 신경 쓴다. 마켓 타이밍 투자는 어렵다. 이건 두 번을 맞춰야 한다. 시장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 이걸 어떻게 아나. 그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 이때 단순히 펀드 개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선진-신흥, 대형-중소형, 성장-가치 등으로 스타일을 다양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신의 자산 배분 전략은.

“80%가 주식이다. 나는 리스크를 잘 참을 수 있다. 미국 40%, 유럽 30%, 이머징 30% 정도로 투자한다. 최근엔 미국 비중을 늘리고, 이머징은 좀 줄일 생각이다.”

-그래서 성과가 괜찮았나.

“알다시피 시장이 안 좋다. 1년간 원금의 9% 정도를 까먹었다. 그래도 자산을 배분한 덕분에 손실 폭이 작았다.”

-투자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가장 나쁜 투자 습관은 장기간 수익을 추구하는 포트폴리오를 짜 놓고 단기 시장 변화에 신경 쓴다는 점이다. 이렇게 시장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자산을 까먹는 지름길이다. 시장을 예측하려 하지 마라.”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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