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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대입 입학담당자에게 듣는다 ②고려대 서태열 입학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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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찬원 기자]

고려대는 2009학년도 수시 일반전형에 단계별 전형을 처음 도입했다. 단계별 전형은 1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로 모집단위별 모집인원의 15~17배수를 뽑은 뒤 2단계에서 논술로 최종 합격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즉 학생부 성적이 우수한 지원자만 논술 고사를 볼 수 있다. 올해 신설된 자유전공학부는 수시 2학기 접수 결과 32명 모집에 1396명이 지원해 43.6대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서태열(사진) 고려대 입학처장은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논술이 당락을 좌우할 변수”라며 “특히 수시 모집에서 특목고 출신 중심의 입학생 판도에 일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고려대 입시의 특징은.

“학생 선발 방법을 다양화했다. 수시 2학기를 2-1과 2-2로 나누고 두 모집 간 복수지원을 허용해 응시 기회를 넓혔다. 학생부우수자전형을 새로 만들고 교육기회균등전형, 농어촌학생전형 등에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와 달리 정시 모집에선 자연계 일반전형과 수능우선선발전형에서 논술을 폐지했다. 인문계 전형에선 논술이 그대로 유지된다. 수시의 경우 학생부 전형 통과자에게만 논술을 치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단계별 전형으로 수험생 부담이 커졌는데….

“목적은 두 가지다. 시험 채점의 정확성을 높이고 전형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논술 시험 기회가 주어지는 1단계 통과자인 모집인원의 17배수(2만5000여 명)는 고려대가 수용 가능한 논술 적정 인원이다. 논술 수험생 수가 너무 많으면 채점자의 부담이 커진다. ‘묻지마 지원’ 식의 허수 지원자를 가려내고, 2단계 전형인 논술 답안 채점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1단계 불합격자는 2단계 전형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수험생들의 신중한 지원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단계별 전형 시 학생부에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부분은.

“학생부 반영률 중 교과 성적이 9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비교과 영역이다. 특정 교과에 별도 가중치를 두지 않았다. 비교과에선 과외활동·수상실적·특별활동을 종합 심사하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학업 성취도를 높이 평가할 것이다. 학생부 성적으로 1차 통과자를 가리는 단계별 전형은 일반고와의 내신 비교가 불리한 특목고 학생에게 불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특목고 출신이 강세를 보였던 입학 구도에 일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논술이 당락을 좌우할 만큼 비중이 크다.

“올해 인문계 모의 논술 때 선보인 수리통합형 문제는 내지 않는다. 지난해 논술 유형을 올해 그대로 유지한다. 논술은 2~3개 문항이 큰 주제 아래 하나로 묶인 통합형 문제가 출제된다. 자료 독해력·논제 분석력·주제 파악력·논리적 표현력 등 네 가지 요소를 평가한다. 제시문 간 주장을 비교해 전체 글을 이해하고, 핵심어를 중심으로 각 제시문의 논거를 설명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수능점수제 시행으로 상위권 재수생들의 지원이 늘었다. 고3 재학생의 전략은.

"모집인원 비율이 수시는 53.5%, 정시는 46.5%다. 수시 일반전형에서 수능 성적은 최저학력기준으로만 쓰인다. 학생부와 논술 성적의 영향력이 크다. 반면 정시에선 수능 점수 비중이 높다. 자신의 강점을 파악해야 한다. 수험생은 수시와 정시를 함께 챙겨야 한다. 수시전형에서 수능이 최저학력기준으로 적용되므로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로스쿨 등 전문대학원 도입으로 학부가 폐지됐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전공·진로 선택에 혼란을 겪고 있는데….

“세 가지 선택을 들 수 있다. 하나는 법대의 인기를 대신할 수 있는 경영대나 정경대, 취업·진로의 경쟁력이 높은 인기학부(과), 그리고 자유전공학부다. 만일 졸업 후 경영학석사(MBA)나 로스쿨로 진학할 학생은 디딤돌로 삼을 수 있는 전공을 고르면 된다. 자유전공학부는 진로 선택의 기회가 많은 반면 소속 학과가 없고 전공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 입학 전 자신이 공부하려는 학문영역에 대한 뚜렷한 목적과 계획을 세우고 지원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는 지원자의 어떤 점을 주로 평가하나.

“자기평가서를 통해 학업수행 능력 면에서 신뢰도가 높은 학생을 뽑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영어 능력이 우수하다고 썼다면 우수성을 입증하는 근거를 보여주는 게 좋다. 입상 실적이 없어도 과외 활동이나 각종 대회에 열심히 도전한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도전정신과 잠재력을 평가할 것이다. 만일 기본 학업성적이 동급생과 비교해 수준차가 크면 뽑지 않을 수도 있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이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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