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빛 엄마의 사춘기 자녀 키우기] 자녀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해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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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솔빛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엄마표 영어 연수’를 시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후 자녀 영어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자주 하고 있다.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영어 원음 비디오테이프를 어떻게 고르고, 몇 번 보여주면 되느냐는 것이다.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아이의 나이와 정서에 맞는 비디오 중 좋아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보게 해야 효과적입니다.”

내 답변은 늘 같다. 그런데 “아이가 무얼 좋아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요”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어요”라며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엄마들이 제법 많다. 다른 아이들은 뭘 얼마나 하는지 살피고, 내 아이에게 뭘 더 시켜야 영어실력이 늘지 생각하는 시간은 많은 반면 내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것이다. 때론 부모가 원하는 것을 아이가 원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이가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참 착한 아이였는데….”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들이 대체로 하는 말이다. 언젠가부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서 영 다른 아이를 만나는 기분이라는 것이다. 솔빛이도 그랬다. 예의 바르게 예쁘게 말을 잘하던 ‘바른 생활 아이’였는데 한창 사춘기일 때 비속어를 자연스럽게(?) 썼고, 폭력적인 인터넷 게임을 즐겨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익숙하다고, 다 안다고 무관심하게 대하거나, 넘겨짚고 속단하면서 오해와 갈등이 생겼다. 얌전하던 아이가 반항하거나 일탈 행동을 보일 땐 야단치고 질책하기 전에 아이에게 무관심했거나 잘못 판단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대부분의 부모가 욕심 때문에 아이를 바라보는 눈이 상당히 왜곡돼 있다. 부모는 자기 아이를 잘 안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시인하자. 그게 아이를 알아가는 첫걸음 아닐까.

특히 사춘기 자녀를 바라볼 땐 차라리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자. 호기심을 갖고 늘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게 관계 형성에 더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사춘기 자녀의 변덕스러운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고 참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것을 하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자주 얼굴을 대하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연애할 때의 기분으로 밀고 당기면서 아이는 부모를, 부모는 아이를 알아가는 게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의 숙제다.

자녀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는 힘을 키우자. 그것이 부모의 내공 키우기 중 최고로 중요한 대목이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호기심을 갖고 사춘기 자녀를 만나는 기쁨 또한 크지 않을까.

이남수『솔빛 엄마의 부모 내공 키우기』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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