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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황세희의 몸&마음]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상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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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이 모르게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좋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즐겨하는 말이다. 은둔 생활이 삶의 철학인 그는 투병 생활도 베일에 싸여 있다.

‘166㎝, 80~85㎏ 체격의 66세 노인 남성, 당뇨병·고혈압·관상동맥 질환을 앓고 있음’. 현재까지 그에 관해 확인된 의학정보다. 정보가 미흡하니 지난 9일, 북한 정권 수립 60주년 기념식에 불참한 그의 건강 상태도 미확인 첩보를 토대로 한 갖가지 추측만 난무한다.

8월에 뇌졸중은 발생한 걸까? 뇌졸중이라면 손상과 후유증, 그리고 회복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5월과 12월에 받은 심장 수술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의문에 대해 매스컴은 연일 회복설과 중병설을 동시에 보도하며 궁금증만 증폭시킨다. 현재 국내 전문가들이 추정한 그의 건강 상태는 이렇다. 우선 와병설의 원인으로 뇌졸중을 꼽는다. 심장병은 심한 심부전이 아닌 한 외모로 병세를 알기는 힘들다. 반면 뇌졸중은 발병 2~3주 후에도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 공식석상의 불참 이유가 될 수 있다.

뇌졸중이라면 뇌출혈보다 혈관이 막힌 뇌경색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뇌출혈은 고혈압을 방치한 경우에, 뇌경색은 김 위원장처럼 당뇨병·심장병·비만 등 위험 요인이 있을 때 빈발하기 때문이다.

뇌경색은 발생 3시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 주는 응급 치료가 필요하다. 만일 북한의 의료기술이 낙후돼 이런 초기 치료를 ‘제때’ 못했다면 약물과 재활치료를 잘 받아도 그가 대중 앞에 등장하기까지 두세 달은 걸릴 것이다. 단 치명적인 부위가 손상됐거나 큰 혈관이 막혔다면 은둔 상태는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 물론 뇌출혈 가능성도 있다. 서구 의료진의 첨단 의료 혜택을 받는다는 김 위원장도 당뇨병 치료 효과는 미흡해 보인다. 당뇨병은 환자가 꾸준히 소식과 운동을 병행하지 않는 한 약물만으로 혈당을 조절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일부 보도된 2006년 김 위원장의 진료기록에는 ‘공복 시 혈당 220㎎/㎗(정상은 100㎎/㎗ 이하, 126㎎/㎗ 이면 당뇨병)’이라고 적혀 있다. 혈당이 높을수록 신장 혈관 손상이 커지면서 고혈압 조절은 난관에 부닥친다. 게다가 그는 혈관벽이 약한 노인이다. 이 상태에서 나쁜 소식에 화가 치밀어 순간 혈압이 50~100㎜Hg 올랐다면 언제라도 뇌출혈이 생길 수 있다.

뇌출혈도 손상 부위와 출혈량에 따라 경과는 천차만별이다. 통상 치료는 대량 출혈이 아닌 한 피가 저절로 흡수되면서 상태가 좋아지길 기다리는 게 원칙이다.

김 위원장이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더라도 당뇨병·심장병·고혈압·비만·노인 등 위험요인이 여럿 있는 한 심장 발작과 뇌졸중 재발 위험은 앞으로도 상존한다. 실제 뇌졸중 환자 중 3분의 2는 심장 발작으로 사망한다.

만일 그가 첨단의술과 철저한 자기관리 노력으로 뇌졸중과 심장 발작 위험을 피한다면 다음에 나타날 건강 장애물 1순위는 암이다.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이렇게 분석된 북한의 최고 권력자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형이 아니라 대한민국형이라는 점이다. 북은 평균수명이 64.4세(남성 61.4세,여성 67.3세)로 영양실조가 문제인 반면 한국은 비만인구 30%, 평균수명 78.1세(남자 74.4세,여자 81.8세)로 심장병·뇌졸중·암이 주된 사망 원인이기 때문이다 .

황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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