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길영아 투혼의 스매싱-혼복 이긴후 여자복식 직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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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시간55분간의 혈투를 끝낸 길영아(삼성전기)는 장혜옥(충남도청)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막 울음이 터질 것같은 표정.한참 후배인 장혜옥이 손바닥으로 길영아의 볼을 토닥거렸다.
완전히 탈진한 상태에서도 정신력으로 기어코 승리를 거머쥔 길영아의 투혼은「철녀」라는 찬사를 듣기에 충분했다.
29일 오전9시(한국시간 29일 오후10시.이하 현지시간)길영아는 김동문과 함께 배드민턴 혼합복식 준준결승전을 치렀다.2-0승. 그리고 12시간40분후인 오후9시40분에는 장혜옥과 함께 여자복식 준결승을 치러야 했다.
상대는 90년이후 다섯차례 싸워 모두 이긴 친유안-탕융슈(중국)조. 첫세트를 15-12로 마무리할 때만 해도 2-0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을 갖게 했다.그러나 2세트에 들어선 길영아의 발놀림이 눈에 띄게 무뎌졌다.4-3까지 리드할 때만 해도 괜찮은듯 보였으나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며 상대의 공격을 계속해허용했다.연속 8실점후 결국 15-10으로 패퇴.
마지막 3세트.라커룸에 가서 5분간 쉰 길영아는 경기도중 수시로 얼음주머니로 허벅지를 문지르면서 끈질긴 수비로 중국조를 괴롭혔다.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며 연속 9득점.11-5로 앞서며다시 승리를 눈앞에 뒀다.그러나 이미 다리가 풀 린 장혜옥의 어이없는 실수가 이어지고 친유안의 강스매싱이 또다시 위력을 발하더니 오히려 13-12로 역전당하는 위기를 맞았다.절체절명의순간 26세의 노장 길영아의 노련미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하며 13-13 동점을 만들며 위기에서 벗어났다.5점을 먼저 득점해야 하는 세팅(연장).
언니의 눈물겨운 투혼에 자극받았는지 이번에는 장혜옥의 스매싱이 연속으로 터졌다.순식간에 4-0,마지막 한점을 남겨놓았으나경기는 이대로 끝나지 않았다.중국조는 4-3까지 추격해왔다.그러나 탕융슈의 스매싱이 라인을 벗어나면서 1시간 55분간의 혈투는 막을 내렸다.늦은 시간까지 명승부를 지켜봤던 관중들은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애틀랜타=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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