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韓.美의원외교의 중요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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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임시국회가 끝나고 많은 국회의원들이 외유(外遊)에 나서는 모양이다.일부 언론들은 홍수피해등으로 국내가 어수선한 마당에 다투어 출국하는 선량(選良)들의 모습을 곱게 보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워싱턴을 방문중인 한.미의원외교협의회의 방미(訪美)활동에서 과거와 다른 의원외교의 진면목(眞面目)을 본다.미 정부와 의회 중진인사들을 두루 만나는 일정 자체보다 면담시 무슨얘기를 어떤 논리를 갖고 전달하느냐 하는 내용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이제까지 전해진 바에 따르면 미 행정부 관리들과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원들이 제기한 문제는 주한(駐韓)미군지위협정(SOFA)의 조속한 개정과 미국 입국비자 면제를 포함한 발급절차 간소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일본 못지 않게 한국민들도 불편을 겪고 있으며 SOFA협정 발효이후 30년이 지나도록 상황변화에 따른 적절한 개정노력이 없었다』는 논리를 우리 의원들이 개진했다고 한다.미측은 이에 대해 개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의미 를 국민들에게 설득하기보다 여론에 쉽게 편승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후문(後聞)이다.
어찌보면 미 관리들로선 당연한 반응이지만 미 의원들의 태도는다소 다를 것이라는 우리측 기대다.지역구민의 민원(民願)을 하늘처럼 여기는 이들은 한국의원들이 지역구민의 청원을 거론할 때면 적어도 이해를 표시하는 생리를 갖고 있기 때 문이다.
한.미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고 아직 대등한 관계까지는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젠 실질적 동반자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다만 문제는 같은 메시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것인가 하는 전략과 전술이다.한국정 부와 함께 의원들이 메워줄 수 있는 대목이다.이때 요구되는 것은 한.미관계의 장래에 대한 전략적 사고에 기초해 우리 입장을 전달하는 논리와 세련된 스타일이다.
양국관계의 마찰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되는 상황에서 중간에 나서 완충역할을 해줄 인물들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의원들이 때로는 집단으로,또 경우에 따라선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우리 입장을 전하는 노력이 정부 아닌 국회의원 들에 의해 개진될 때 미국지도층 인사들이 보는 한국의 진정한 위상(位相)은 격상된다.
여야(與野)가 함께 참여한 의원단이 내는 한 목소리는 더욱 의미가 있다.
의원들의 외유를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이들의 임무에 무게를 실어줌으로써 외국지도자들에게 전해지는 메시지에 힘을 보태는 세련미를 보일 때도 됐다.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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