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아베베 에티오피아 게브르셀라시에 1만M 우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제2의 아베베」를 꿈꾸던 가난한 아프리카 청년이 마침내 올림픽을 제패했다.
29일 오후10시(한국시간 30일 오전)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1만에서 27분7초34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헤일리 게브르셀라시에(23.에티오피아).
그는 이날 저녁 막판 한바퀴를 남기고 스퍼트를 해 여유있게 1위로 골인했다.
육상 입문후 최단 시간에 세계를 제패하는 동시에 장거리 기록을 모두 갈아버린 괴력의 소유자답게 레이스 내내 미소를 보이는여유를 부리며 올림픽 정상을 낚아챘다.
165㎝.64㎏의 전형적인 장기리 체형을 타고난 그의 달리기인생은 서울과의 끈끈한 인연에서 비롯됐다.
88서울올림픽을 라디오로 접하고 흥분된 가슴을 억누를 길없어장거리에 입문한 것이나 세계 육상사에 이름을 아로새긴 것도 모두 서울이었다.92년 서울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5천.1만 2관왕에 오른 그는 이듬해 세계선수권에서는 5천 2위 에 이어 1만를 제패,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때만해도 20세에 불과한 애송이인데다 본격적인 국제무대 데뷔후 1년만에 거둔 쾌거여서 충격은 더욱 컸다.
놀랄만한 힘을 보유한 게브르셀라시에는 세계선수권 타이틀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주종목인 1만는 지난 6월 네덜란드 헹겔로에서 26분43초53의 세계기록을 수립했고,모지스 킵타누이(케냐)와 기록경쟁을 벌인 5천에서는 지난해 8월 취리히에서 12분44초39를 마크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을 구축했다.
게브르셀라시에가 이토록 빠른 시간내에 쾌거를 이룬것은 그만이가진 독특한 성장배경과 타고난 신체조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73년 에티오피아의 외딴 마을 아르시에서 5남3녀중 여섯째로 태어난 그는 매일 수십㎞나 떨어진 학교를 맨발로 달리며 달리기를 몸으로 습득했다.
특히 산소가 부족한 고원지대에서 생활,심폐력이 뛰어난데다 단신의 체격도 장거리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1만 24바퀴중 마지막 한바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힘들이지 않고 선두로 뛰쳐나가는 초인적 스피드를 가능케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