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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고지혈증 날씬하면 안심? 천만의 말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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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지혈증이 고혈압·당뇨병에 이어 새로운 ‘국민병’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고지혈증 환자는 2003년 33만2000명에서 5년 만인 2007년 68만1000명으로 두 배 이상으 급증했다. 일반인에게 고지혈증 하면 먼저 연상되는 단어가 있다. 육식·콜레스테롤·비만·새우 등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을 파괴하는 고지혈증도 적지 않다.

◆채식주의자도 걸린다=지방은 식물성 식품에도 소량 들어 있지만 콜레스테롤은 오직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한다. 따라서 완고한 채식주의자라면 콜레스테롤을 전혀 섭취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들의 혈중엔 콜레스테롤이 충분하다. 간에서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콜레스테롤을 합성하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심장센터 최동주 교수는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해도 간과 세포에서 콜레스테롤 대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고지혈증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른 체형도 안심은 금물=고지혈증 하면 흔히 ‘넉넉한’ 뱃살을 떠올린다. 그러나 정상 체중이거나 마른 체형도 얼마든지 고지혈증 환자가 될 수 있다. 특히 말라서 근육량은 적으면서 체지방량이 과다한 ‘마른 비만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기 십상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안정천 교수는 “잦은 다이어트로 요요현상을 반복 경험한 사람 가운데 마른 비만자가 많다”며 “이런 사람은 대개 자신이 고지혈증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방·진단이 늦어진다”고 지적했다.

◆탄수화물 과다 섭취도 원인=쇠고기·돼지고기 등 적색육을 즐기면 열량·포화지방·콜레스테롤 섭취량이 늘어나 고지혈증이 생기기 쉽다. 이때 지방·콜레스테롤보다 포화지방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는 데 더 기여한다. 껍질을 벗긴 살코기를 먹되 가급적 적게 섭취하라고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는 “고지혈증을 예방하는 데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식품보다 CSI 수치(콜레스테롤 함량과 포화지방 함량을 함께 반영한 수치)가 높은 식품을 멀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새우의 경우 콜레스테롤 함량(100g당 160mg)은 높지만 CSI 수치(6)는 식물성 식용유(80)보다 낮으므로 너무 꺼릴 필요는 없다.

과거엔 오징어·조개·게·새우 등은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식품이라고 해서 기피했다. 그러나 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방해하는 물질(콜레스테롤과 구조가 비슷)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런 식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게다가 새우·오징어·조개 등엔 혈압을 조절하는 아미노산인 타우린이 풍부하다. 육류나 동물성 기름 섭취를 자제해도 고지혈증에 걸린다. 이들은 대개 혈액에 존재하는 지방, 즉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 고지혈증은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고중성지방혈증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순전히 밥심으로 산다”는 사람이 걸리기 쉬운 것은 고중성지방혈증이다.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김경수 교수는 “설탕·밥·밀가루 같은 탄수화물 식품을 과다 섭취하면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인슐린의 과도 분비→인슐린 불감증→불필요한 지방 저장→혈중 중성지방 증가→고지혈증(고중성지방혈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가족성은 체형과 무관=성인 500명 중 1명은 ‘이유 없이’ 고지혈증에 걸린다. 뚱뚱하지 않고 날씬하며 식습관도 무난한데 고지혈증으로 진단된다면 ‘황당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잘 따져 보면 이유는 유전자(DNA)에 있다. 그래서 ‘가족성 고지혈증’이라 한다. 만약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특별한 이유 없이 300가량 올라간다면 부모 중 한쪽에서, 500까지 상승하면 부모 양쪽에서 문제의 유전자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가족성’으로 진단되면 운동·식이요법만으론 치료하기 힘들다. 처음부터 약(콜레스테롤 저하제)을 복용할 수도 있다.

강남차병원 내과 김우중 교수는 “가족성이 아니라도 중년 이후엔 체형에 관계없이 남녀 모두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며 “세월과 함께 고지혈증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특히 폐경기 여성혈증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어 요주의 대상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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