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 놀이 의자에 두 어린이가 앉아 있다. 자판기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
정문 앞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는 길. 이곳이 평범한 상가형 시장이 아님을 알려주는 5m 높이의 알록달록한 의자가 놓여 있다. 검붉은색다리 위 등받이엔 수십 개의 단추와 스팽글이 달렸다. 각기 다른 색깔과 무늬로 짠 32가지 천은 독특한 조합으로 세로 무늬를 이뤘다. 위아래로 길고 곧게 세운 무지개 같기도 하다. ‘거인 의자’란 작품이다. 공공예술 기획사 ‘플래닝 미도’가 동화시장에 만든 조형물 중 하나다.
상인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특색 있게 표현돼 철제로 된 방화문에 그려졌다.
◆상인도 하나 된 공공예술=상가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며 사진을 찍다 보면 경비원이 다가와 “어디서 오셨어요”라며 퉁명스럽게 말을 건다. 옷 다루는 기술에서 각자 ‘달인’의 경지에 올라 있는 상인들이 자신의 비법이
옥상에 설치된 대형 단추는 상인과 방문객들의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노출될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란다. 작업에 참여한 11명의 작가도 경비원 박수길(57)씨의 태도가 인상 깊었는지 3층 문 앞에 그를 그려 넣었다. 박씨는 “그림이 맘에 안 든다”면서도 ‘사진 한 번 찍자’는 방문객들의 요구에 못 이기는 척 포즈를 취해준다.
“솔직히 일거리 맡기러 찾아오는 사람은 별로 안 늘었어. 그래도 시장이 북적대니 사는 맛이 나지요.” 이곳에서 30년째 자수일을 하고 있는 김진수(63)씨의 소감이다. 동화상가 고인용 총무부장도 “주변 높은 건물에 있는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줄 수 있다는 게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상상에 따라 옥상에는 거인을 위한 거대한 크기의 지퍼가 놓여 벤치가 됐다. 거인이 썼을 법한 단추도 상인들의 쉼터가 됐다. 거인의 발과 바느질을 하다 다친 손가락을 찾는 것도 동화시장을 둘러보는 재미다.
라윤주 실장은 “동화시장은 상인들의 공동체 의식을 담은 작품으로 채워졌다”며 “내년 1월 성북구 석관황금시장에 ‘황금시대’란 주제로 꾸민 두 번째 작품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동화시장=서울 중구 옛 동대문운동장 주변에 있는 10여 개 재래시장 중 하나. 1969년에 지은 5층짜리 상가 건물 안에 있어 ‘동화상가’로도 부른다. 점포가 700여 개에 이르며, 주로 의류 부자재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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