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용석 기자parkys@joongang.co.kr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큰손들이 사냥에 나섰다.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괜찮은 기업까지 헐값에 쏟아져 나오자 큰손들의 베팅이 시작됐다. 주식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18일 전력회사인 콘스털레이션 에너지그룹을 47억 달러(주당 26.50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10월 이후에만 8개의 기업을 인수하는 먹성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자본은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펀드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자 자사주를 사들이는 기업이나 최고경영자(CEO)도 부쩍 늘었다.
◆위기 틈탄 기업 사냥=버크셔 해서웨이가 인수하기로 한 콘스털레이션은 전력회사라는 특성 때문에 경기를 별로 타지 않았다. 그런 회사가 파산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와 파생상품을 거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58%나 곤두박질했다. 이 회사를 눈여겨 보아온 버핏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버핏은 올 3월 시카고의 부호 프리츠커 가문이 운영하던 마몬홀딩스를 45억 달러에 샀다. 4월에는 M&M 초콜릿으로 유명한 마스가 세계 최대 껌 업체인 리글리를 인수하는 데 65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중국·일본 자본도 분주하다. 중국 3대 은행인 중국은행(Bank of China)은 유대인 금융자본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로스차일드은행 지분 20%를 22억9700만 위안(약 3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도 모건스탠리 지분 49%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7월 독일 드레스너방크 인수전에 뛰어든 중국개발은행은 인수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내겠다고 해 유럽 금융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 은행들의 행보도 빨라졌다. 6월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그룹이 영국 바클레이즈 지분 2%를 사들인 데 이어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그룹은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역은행인 유니언뱅캘을 인수하기 위해 주식 공개매수에 착수했다.
이 회사의 이채원 부사장은 이달 17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장하성 펀드’의 실제 관리자인 라자드에셋과 신영투신운용도 주가가 떨어지자 과감하게 투자를 늘렸다. 코스닥시장의 ‘수퍼 개미’로 알려진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약세장에서 자전거회사인 참좋은레저 지분을 사들였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선진국 대접을 받게 된 한국 증시의 저력을 믿는다면 지금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정경민·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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