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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입각 고심" 정동영 "한시 잔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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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김근태(얼굴(左))원내대표와 2시간을 독대하면서 입각을 제안했다. 盧대통령은 특히 金대표를 배웅하면서 "친구가 나를 돕는 것으로 알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원내대표 재출마 움직임을 보이던 金대표에게 입각을 기정사실화해버린 것이다. 이는 金대표에게 큰 기회를 준 것이지만 "차기 대권경쟁의 과열이나 대통령 권력누수 현상을 막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게 여권 핵심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당으로 되돌아온 金대표는 측근들에게 딱 한마디로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설명했다. "친구가 되어드리고 왔다"는 것이다. 두 사람 간 교감의 내용이 '친구'라는 단어로 표출됐다. 과반 여당의 원내대표를 맡아보려던 金대표지만 盧대통령의 제의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30일 金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입장이 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행정부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과반 여당 원내대표에 욕심이 있어 아직 정리가 잘 안 된다"고 토로했다. 측근들은 "입각 여부를 놓고 마지막으로 고민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金대표가 입각한다면 통일부 장관을 맡게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그 경우 재야출신인 그는 행정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차기 대권경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원내 영향력을 보다 강화할 기회는 잃게 된다.

정동영(얼굴(右))의장은 "당에 남아 盧대통령을 돕겠다"는 쪽으로 진로를 설정했다. 한때 당의장직 사퇴설이 나돌았지만 일단 의장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그의 핵심 측근은 "열린우리당이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의 골격을 갖출 때까진 당의 중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현재 ▶상향식 의사결정 시스템의 확립▶정책위원회를 뒷받침할 정책연구재단 설립▶100만 기간당원화 등을 중점 과제로 추진 중에 있다. 이런 작업들이 마무리되면 의장직은 던질 수 있다는 게 鄭의장 측 입장이다.

그러려면 일러야 7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 같은 '한시적 당 잔류'구상은 鄭의장의 당내 입지를 보다 확고히 다져놓겠다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鄭의장의 조기 입각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다만 의장직을 내놓은 뒤의 밑그림은 아직 백지상태라고 한다. 외유 등을 통해 휴식과 재충전 기회를 갖고 재.보선을 통해 컴백하는 시나리오 등이 거론된다.

열린우리당 투톱의 거취가 정리되면 여권 지도체제 정비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리의 경우 김혁규.한명숙 당선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원내대표는 金대표가 불출마할 경우 이해찬.천정배 의원 등의 각축이 예상된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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