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대학 국내설립 허용 의미.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내년부터 대학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외국 대학의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학시장 개방은 우선 선진국의 교육내용과 대학경영기법을 도입해 국민들에게 국제적 수준의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기대를 모은다.
특히 국내 대학의 침체된 교육.연구분위기를 일신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럼에도 93년부터 대학시장 개방문제가 본격 거론되면서 일부대학들 사이에서는 개방에 따른 위기의식이 팽배해 온게 사실이다. 갈수록 학령 인구가 감소하는데다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으로 대학 신설이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외국 대학마저 들어올 경우 정원 미달사태가 빚어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대학은 도태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대학시장 개방을 단계적.제한적으로 추진키로 결정하는데도 이같은 점이 고려됐다.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궁극적으로 국내 대학교육의 질을 한 차원 높일 수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개방의 기본방침이기 때문이다.
우선 내년부터 허용되는 학위과정등 교육프로그램 공동운영 주체의 허용기준에서 국내대학은 평가인정을 받은 일정수준에 달한 대학으로 한정했다.대학들의 무분별한 참여를 막기 위해서다.또 일단 수준 높은 외국 대학의 진입만 허용함으로써 한 국 교육의 국제화및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유도했다.
98년부터 허용되는 외국대학 설립도 제한적이다.대학설립준칙주의에 따라 설립요건을 갖추면 허용하되 우선 선별적으로 설립을 인가할 방침이다.진입 허용 대학의 숫자도 수도권정비법의 적용을받는 수도권을 제외한 각 시.도에 1개교씩으로 한정했다.교육부는 99년부터 개방의 성과와 국내외 환경변화를 토대로 대학시장개방 범위를 확대하고 빠르면 2000년부터는 전면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대학시장의 빗장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풀리면서 94년과 95년에 평가인정을 받은 30개 대학과 올해 평가인정 대상인 13개대학등 43개대 가운데 미국 로스앤젤레스등에 해외 분교설립을 추진중인 서강대.경희대.배재대등 일부 대 학을 중심으로 외국대학과의 교육프로그램 공동운영 움직임이 활발하게 추진될것으로 보인다.외국대학의 국내 설립은 우선 어학.패션.디자인 등 소프트한 분야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외국 대학의 국내 진출이 당장 본격화되지는 않 을 것이란 게 교육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남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