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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경쟁력이다] 2. '나비 축제'가 날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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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이석형 함평군수(左)와 정헌천 곤충연구소장이 나비축제 준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함평군에는 다른 자치단체에 없는 곤충연구소라는 기관이 있다. 나비를 사육.연구하고, 나비 생태관을 운영하는 곳이다. 군이 매년 개최하는 나비축제도 이곳에서 준비한다.

연구소장은 정헌천(46)씨다. 전남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았지만 나비에 반쯤 미쳐있는(?) 사람이다. 그는 대학원생 시절인 1986년부터 나비와 애벌레.번데기를 쫓아 들과 산을 누비고 다녔다.

나비에 빠진지 10여년 만에 남한에 있는 200여종 표본 4000여점과 나방.딱정벌레.잠자리 등 각종 곤충 2500여종 3만여점을 확보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전시회를 10여차례 열면서 자연스럽게 '나비 박사'라는 별명이 붙게 됐다. 그리고 96년부터 나비 표본 등을 들고 지방자치단체를 찾아다녔다.

광주시.전남 영암군.경남 남해군 등에 "나비는 청정환경을 상징한다. 나비야말로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표본) 모두 돈이 된다"며 '나비 사업'을 권유했다.

그러나 대부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호기심을 보이던 일부 시.군도 나중엔 예산 부족 등을 핑계로 발을 뺐다.

그러던 중 98년 6월 이석형씨가 함평군수에 당선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농학을 전공한 데다 12년 동안 방송 PD를 하면서 농업.환경문제를 주로 다뤄 왔던 李군수는 취임 직후 정씨를 곤충연구소장으로 특채한다.

李군수는 "처음 나비축제를 한다고 하니 주민과 지방의원들은 물론 공무원들까지 반대가 심했다"고 회고했다. "함평과 나비가 무슨 상관 있느냐"는 말에서부터 "촌 구석까지 누가 구경하러 오겠느냐""젊은 군수가 별 짓을 다 한다"는 힐난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李군수는 99년 5월 첫 축제를 강행했다. 개막 첫날부터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해를 거듭하면서 대표적 생태체험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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