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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대안은 안 보여… TV토론이 승부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0호 07면

민주·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미 언론들이 존 매케인의 역전극에 심취해 있을 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수세에 몰린 버락 오바마의 승리를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클린턴이 누구인가. 1992년 미국 대선판이 걸프전 해법에 목매고 있을 때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고 일갈하며 승리를 움켜쥔 인물이다.

네거티브 치닫는 정치광고戰

그리고 역사가 반복되듯 올해 대선판에 금융위기란 쓰나미가 몰아닥쳤다. 경제 이슈의 등장은 선거판의 대반전을 예고하고 있다. 정책 대결의 승부처는 정치광고와 TV토론으로 압축된다.

60년 존 F 케네디가 TV토론 덕택에 리처드 닉슨을 극적으로 누른 이래 미 대선에선 TV토론에서 우세한 후보의 당선 확률이 훨씬 높았다. 이번에는 26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네 차례의 TV토론이 잡혀 있다. TV토론이 ‘단발성 핵탄두’라면 정치광고는 ‘연발성 함포’라 할 수 있다. 미 선거에서 정치광고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대선 광고는 내레이션을 동반한 30초짜리 스폿광고가 주류를 이룬다.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게 관건이다.

이번 대선에선 사상 최대의 네거티브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네거티브 광고는 열세를 자인하고 역풍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지만 단숨에 역전을 가능케 하는 악마의 유혹과 같다. 그 포문은 매케인이 열었다.

매케인 측은 오바마에게 경륜과 리더십이 일천한 후보 이미지를 덧씌움으로써 그로 하여금 워싱턴의 노회한 정치인 조셉 바이든을 선택하게끔 만들었다. 반면 매케인 자신은 깜짝 카드로 세라 페일린을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정치광고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두 후보는 선거 캠페인 총비용의 3분의 2 이상을 정치광고에 쏟아 부었다.

전당대회를 전후한 두 후보의 정치광고 전략은 대조적이다.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후보별로 상위 10위까지의 정치광고(총 40개)를 분석한 결과 전당대회 이전 매케인 정치광고의 100%는 네거티브였다. 반면 오바마 측은 포지티브 70%, 네거티브 30%였다. 그러나 전당대회 이후 매케인의 정치광고는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비율이 각각 50%로 나타났다. 반면 오바마는 무려 90%가 네거티브 광고였다.

두 후보의 정치광고 메시지는 전당대회 이후 구체적인 정책 이슈로 전환되고 있다. 오바마는 경제 이슈를 선점해 매케인과 공화당 정권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변화는 없다’와 ‘펀더멘털’에서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의 경제 파탄과 매케인의 경제 몰이해를 공격했다. ‘똑같아’에선 부자와 기업을 위한 감세와 이라크전 혈세 낭비를 공격했다.

오바마 진영은 매케인을 경제위기의 공범이자 위기관리의 부적격자로 몰아세운다. ‘끝났어’와 ‘매케인의 도박’은 매케인 캠프·자문단이 160명에 가까운 기업 로비스트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시기에 터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는 오바마에게 날개를 달아 주었다. 탄력을 받은 오바마는 16일 ‘경제위기의 대응’를 긴급 제작했다. 예외적으로 긴 38분짜리 광고임에도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 수가 5만 건에 육박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이 광고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는 처방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바마에 비해 매케인의 정치광고는 단순한 편이다. 매케인의 포지티브 광고는 대개 페일린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연설 하이라이트’와 ‘미국의 미래’의 주연은 페일린이다. 역대 대선에서 러닝메이트 효과가 뚜렷하게 검증된 바 없는데도 매케인은 지나치게 페일린에게 의존해 스스로를 선거의 조연으로 전락시켰다.

‘원조 무당파’에서는 자신의 탈(脫)정파적 개혁성을 역설했지만 오바마의 ‘무당파는 없다’에 완패했다. 매케인도 오바마에게 선점당한 경제 이슈를 탈환하려 하고 있다. 그는 ‘위기’와 ‘이제 그만둬’를 긴급 제작해 부시정부의 금융시장 정책을 비판하고 월가 규제 강화라는 처방을 내놓았다. 하지만 반대자들은 ‘책임 회피용’이라고 비판한다.

오바마는 금융위기라는 호재를 만나 의제를 선점했지만 유권자가 그의 네거티브 공세를 언제까지 용인해 줄지는 미지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는 경제위기 관리자로서 누가 더 나은지 손을 들어 주지 않고 있다. 더욱이 네 차례의 TV토론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서 리더십과 경험에서 앞선 매케인이 혁신적 정책을 들고 나온다면 대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 이미지라는 겉포장이 벗겨진 지금 유권자는 두 후보에게 이렇게 주문하고 있다. “문제는 정책이야, 이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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