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휴대용컴퓨터 도둑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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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컴퓨터가 날이 갈수록 작아지고 가벼워지면서 미국에선 이를 노리는 좀도둑들의 행패가 날로 극성스러워 지고 있다.특히 현지 방범회사들은 랩톱컴퓨터와 같은 휴대용 컴퓨터 강탈만을 지칭하는신조어 「랩재킹(lapjacking)」까지 등장 했다며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휴대용 컴퓨터가 이처럼 도둑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1대만훔쳐도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
IBM 팅크패드 모델같으면 신제품 1대값이 6천달러(약4백80만원)를 호가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도난당한 휴대용 컴퓨터는 94년보다 무려 39%나 늘어난 20만8천대.95년에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노트북 14대 가운데 1대꼴로 도난을 당한 셈이다.
도둑들은 주로 길거리에서 행인이 들거나 메고 있는 컴퓨터가방을 갑자기 치고 빼앗는 수법을 애용하지만 사무실이나 자동차안에놓아둔 컴퓨터도 좋은 표적이다.기껏해야 3.6파운드(1.6㎏)에 불과한 랩톱컴퓨터는 문이 열린 틈을 타 신문 지나 손가방등에 넣어 슬쩍해 오기 쉽기 때문이다.
주의가 산만해지기 쉬운 공항 또한 컴퓨터 치기배들의 온상이다.보안검색을 위해 X선 검사대에 랩톱컴퓨터를 올려놓는 순간 도둑중 한명이 일부러 소란을 피우며 한눈을 팔게 만들고 이 와중에 이미 검사대를 통과한 다른 도둑은 컴퓨터를 낚 아채 튀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다.
이같은 컴퓨터도난은 컴퓨터 자체 뿐만 아니라 그안에 담긴 정보까지 없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크다.올봄 NEC 테크놀로지 미국 본사는 판매및 생산라인에 관한 기밀이 담긴 노트북 6대를 도난당해 낭패를 보았다.따라서 전문가들은 도난에 대비,중요한 파일은 미리 복사해 두고 비밀번호를 넣지 않으면 컴퓨터가 작동되지 않는 패스워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등의 사전조치를취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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