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시설따로 운영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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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시카고 오헤어공항을 제치고 「승객 1위 공항」이 된 애틀랜타 하츠필드공항에서는 국제선 승객들이 짐을 두번 찾아야 한다.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를 받고 짐을 찾아 세관검사를 끝낸후 승객은 짐을 다시 컨베이어벨트에 실어 메인터 미널로 보내야한다.사람은 기차(5.3㎞)로 따로 가 30분쯤 기다리고 있으면 짐이 오는데 그때 다시 찾는다.겉보기와는 달리 운영시스템은엉망이다.
김포공항은 어떤가.국제선 출국장은 요즘 도떼기 시장이다.무거운 짐을 든 승객들이 뱀처럼 꾸불꾸불한 줄을 30분 넘게 서야「X선검사」를 받을 수 있다.그러나 줄을 어디로 서야 하는지 안내하는 사람.시설은 없다.항공사 직원이 탑승시 간이 임박한 승객들을 찾아 줄을 돌아다니며 새치기를 시켜주는 시스템이 우리국제공항의 「수준」이다.승객들은 3시간전에 나왔는데도 제 시간에 비행기를 못 탈까봐 안절부절 못한다.그래도 X선검사대를 늘리든지,검사할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 든지,아니면 아예 검사방법을 바꾸든지 하는 궁리는 안한다.
그런가 하면 그 비좁은 김포공항에는 유휴공간도 꽤 많이 있다.외국공항을 본뜬 시설배치와 우리식 운영시스템이 이(齒)가 안맞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만드는 사람들과 운영.이용할 사람들이 제각각인 시설이 많다.서울지하철은 왼쪽으로 가기도 하고,오른쪽으로도 간다.문도 오른쪽.왼쪽 제 맘대로다.건설하는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준칙대로 운행방식.역구조를 결정했기 때 문이다.
올림픽대로의 「오른쪽」 유출램프가 잘못됐다고 하면 「비용.땅때문」이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이 통하는게 우리 풍토다.새로 지은 아파트를 주민들은 살아보지도 않고 뜯어고치는 데도 건축업자들은 살 사람과는 의논 한마디 없이 자기 설계대 로 계속 똑같은 아파트만 짓는다.
급기야 2기(期)지하철 운영주체인 도시철도공사가 서울시가 건설한 지하철 인수를 거부하겠다는 얘기까지 했다.건설에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그들은 확실히 알고 있다는 증거다.그렇다면 영종도신공항.경부고속철도는 괜찮은가.나중에 인수거부당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궁금하다.여하튼 지금은 운영할 사람들,이용할 사람들의 목소리가 건설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애틀랜타.덴버공항을 본떴다는 영종도신공항이 더욱 걱정이다.외국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동원한 설계에 우리의 제도.운영시스템이 얼마나 반영될지 염려된다.나중에 겉만 그럴듯한 시설을 만들어 놓고 애태우기보다는 보다 많은 목소리를 지금 들어 야 한다는 생각이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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