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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신문 칼럼이 가장 큰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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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각종 범죄의 공소시효를 연장하자는 논의와 관련해 법률 개정위원으로 초청받을 경우 어떻게 할지를 논하라’.

“개정위원 초빙을 거절한다. 공소시효 연장과 같은 일련의 법 개정 논의는 혜진·예슬양 사건 이후 상당히 감정에 치우쳐 사회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 범죄의 근본 예방은 사회 전체의 협력과 노력으로 이뤄야지 처벌의 강화만으로 한계가 있다. 또 잔인한 범죄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가혹한 형벌을 요구한다고 해도 거대 권력인 국가는 이성적이어야 한다.”

법무부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전국 고교생 생활법 경시대회 시상식이 19일 정부 과천청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구미연(한영외고) 교사와 전효빈(전주상산고), 박진옥(한영외고)·오지윤(대원외고)·박인영(한영외고)양, 장은정(한국외대부속외고) 교사와 신지용군. [사진=김상선 기자]

19일 본지와 법무부가 공동 주최한 제4회 고교생 생활법 경시대회에서 80.5점으로 대상을 받은 신지용(18·한국외대부속외고 3년)군은 이 같은 취지의 답안을 써 냈다. 국민의 감정에 기반한 공소시효 연장 논의가 자칫 국가의 법적 안정성을 깨뜨릴 수 있다는 반대 논리를 펼친 것이다. 결과는 25점 만점에 21점이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군은 “올 초부터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자) 범죄가 부각돼 다른 학생들은 공소시효 연장 쪽으로 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평소 신문 칼럼을 읽고 생각을 정리한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문제를 읽으며 한 변호사가 일간지에 쓴 글이 떠올랐다. “나 개인에게 유괴와 같은 불행한 일이 생긴다면 사적 보복도 불사하겠지만 사회 질서를 유지할 국가는 개인적 이해에 휘둘리지 않는 냉철한 국가 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신군은 매일 기숙학교로 배달되는 일간지 5종의 사설과 칼럼을 빼놓지 않고 숙독한다고 한다. 또 외대부속외고가 개설한 방과 후 선택 강좌에서 매주 두 번 90분씩 법률 특강을 들었다. 법무부의 사이버법교육센터와 e-메일링 리스트에 가입해 최신 법률지식을 얻었다고 한다.

신군의 수상에는 아버지의 도움이 컸다. 신군은 신영복(67)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쉰 살 때 낳은 늦둥이 외아들이다. 신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투옥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만인 88년에야 출소했다. 그는 아들에게 법철학과 헌법, 역사에 관한 다양한 인문·사회서적을 권했다. 신 교수는 “부모의 나이가 많다 보니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인 생각을 키우라고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지용이에게 도서관에서 책 읽는 습관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신군은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철학 경시대회와 경제학 경시대회에 나가 각각 은상과 장려상을 받았다고 한다. 신군은 평소 철학에 관심이 많고 다양한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어 대학은 인문학부를 지원했다.

◆단체 대상은 한영외고=이번 법 경시대회 최우수상은 오지윤(대원외고 3년)·박인영(한영외고 2년)·박진옥(한영외고 3년) 등 여학생들이 휩쓸었다. 오지윤양은 “선택 과목으로 경제를 선택해 수업에서 법과 사회를 배우지 않았다. 그래서 여름방학 동안 도서관에서 교과서와 기출 문제를 중심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박진옥양은 “논술 문제 가운데 국회의원 비례대표선거 정당투표제 문제가 나왔는데 신문 기획기사를 통해 독일의 명부제와 같은 비례대표제를 알고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인영양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교과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법률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단체부문 대상은 성적우수 학생 5명의 평균 점수가 76.2점인 한영외고(지도교사 구미연)가 차지했다. 구 교사는 “방과 후 보충수업을 통해 영화 ‘인디언 썸머’, TV ‘솔로몬의 선택’과 같은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쉽게 생활법률 문제를 가르쳐 왔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문성우 법무부 차관은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법적 사고력과 준법의식을 높이기 위한 생활법 공부에 더욱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본지 김수길 편집인은 축사에서 “우리나라의 성장은 시장과 법 두 가지 토대로 이뤄진다”며 “어떤 분야로 진출하든 법과 시장을 제대로 지켜 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대회는 전국 365개 고교, 2570명이 참여했다. 객관식 25문항(50점), 주관식 2문항(50점)에 대한 전체 평균은 47.1점이었다.  

정효식 기자 , 사진=김상선 기자

◆우수상=이지완(외대부속외고), 김정환(전주상산고), 최희령(한영외고), 나보엽(목포영흥고), 류승훈(대구고), 임현서(대원외고), 이은국·강다혜(공주사대부고)

◆논술특별상=전효빈(전주상산고)

◆장려상=송진숙·양성현·이재혁(대원외고), 이진훈·김길남·문재웅(강릉고), 곽미성(울산현대청운고), 오정환·홍지혜·전형준(외대부속외고), 나길호(정발고), 김리안(반포고), 황재승(서울외고), 이동욱(단대사대부고), 김형태(건대사대부고), 송은우(대전대덕고), 최원준(대전만년고), 김수빈·임지윤(한영외고), 임창규(대일외고), 성세희(진선여고), 김혁(광주인성고), 이은정(부산국제고), 이민현(광주대동고), 나봉균(공주사대부고), 이종홍(천안고), 전재현(정신여고), 이기준(서산서령고), 이정한(선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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