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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북카페] “자동차 타지 않고 살 수 있을까” 22년간 도보여행으로 얻은 것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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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 워커

존 프란시스 지음, 안진이 옮김
살림, 459쪽, 1만6000원

 자동차 등 엔진으로 달리는 운송수단을 하나라도 타지 않는 일이 가능할까. 책은 불가능할 것 같은 이 일을 22년간이나 해낸 존 프란시스 박사의 이야기다. 계기는 197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만의 기름 유출 사건이다. 그는 기름오염 사태에 스스로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 엔진으로 달리는 운송수단 이용을 중단하기로 결심한다.

대가는 컸다. 직업상 자동차를 자주 이용하던 그는 당장 실직자가 됐다. 차로 5분이면 갈 거리를 한 시간 넘게 낑낑거리며 걸어야 했다. 부모님과 친구들은 말렸지만 그의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도보여행은 72년 4월부터 시작됐다. 그는 언뜻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연상시킨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여정은 서부 해안 일주를 거쳐 몬태나와 미네소타, 위스콘신주 등을 가로지르는 대륙 횡단 여행이 됐다. 여기에 여행기간 대부분인 17년 동안 다른 사람과 말도 나누지 않았다. 27살 생일에 시작한 침묵은 44번째 생일 때까지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지켜졌다. 말도 안 하고 차도 타지 않았지만 그는 많은 사람을 만났고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워싱턴 주 포트 타운센드에서는 소형 보트를 만들었고, 사우스다코타 주에선 인쇄술을 배웠다. 항상 몸에 지니던 밴죠 즉석 연주로 잠자리와 먹거리를 얻었다. 아이다호 주에서 뜨거운 사막 길을 걷다 심한 탈수 증세로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여행 중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학위와 토지자원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긴 호흡을 가진 여행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 말미에 가서 그는 워싱턴 D.C.의 해양경비대 해양오염방지 전문가로 활동한다. 1991년에는 UNEP(유엔환경계획)친선대사에 임명되는 영예도 얻었다.

하지만 1994년 베네수엘라에서 도보 여행 중 감옥에 투옥되는 경험을 한 뒤, 여행의 시작과 끝 지점에서는 동력운송수단을 타기로 마음을 바꿨다. 현재 비영리 환경교육기구인 ‘플래닛 워크’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그는 “태안 기름유출 사건 역시 한국인들이 가슴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것”이라며 “이 책의 한국어판을 태안의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바친다”고 전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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