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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 출장.휴가 어떤식으로 보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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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해외출장이나 여름휴가등으로 자리를 비우더라도 업무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고 핫라인을 항상 열어 둬야 한다.
업무의 성격상 최고경영자만이 내려야 하는 판단과 역할이 있기때문이다.최고경영자의 움직임에 따라 사장실의 기능 자체가 옮겨다니는 셈이다.『톱(TOP)의 위치가 어디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사람이 없다고 비즈니스가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는 말들은1년 3백65일 일과 떨어질 수 없는 최고경영자들의 이같은 역할을 나타내 준다.종합상사인 H사의 모사장은 지난달 신병치료차약 2주간 일본으로 떠나면서 부사장에게 「사장권한대행」이라는 정식 위임장을 주고 떠났다.
사장이 없는 동안 위임장을 받은 부사장이 모든 판단을 내리고결정하도록 한 것.이는 국가원수가 해외순방시 국무총리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과 같은 성격이다.
한라그룹 정인영(鄭仁永)회장은 해외출장때도 1주일에 한번 있는 사장단회의(매주 월요일 오전7시30분)를 전화로 주재한다.
사장들이 전화로 돌아가면서 현안을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 내는 형식의 전화회의는 보통 1시간쯤 걸린다.1년중 절 반 가까이를해외출장으로 보내는 S건설 梁모 부사장은 해외에 머무를 때면 국내에서보다 1시간 가량 일찍 일어난다.
호텔 비즈니스센터의 팩스로 전송돼 방문 앞에 수북이 쌓인 본사의 서류들을 검토한 후 일과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류중에는 업무와 관련된 결재서류는 물론 국내 조간신문의 주요기사 스크랩과 부음란도 빠지지 않는다.
서류검토가 끝나면 곧바로 전화로 결재하고 부음란에서 챙겨야 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조금 전달도 지시한다.해외출장시 비서를 수행시키는 L종합상사 朴모사장은 기상과 동시에 수행비서로부터 사전에 서울본사의 업무내용을 30분 정도 브리핑 받고 사안별로지시를 내린다.필요한 경우에는 직접 전화로 약식회의까지 주재한다.서울본사에 현재의 위치를 계속 알리며 연락을 취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수행비서의 업무중 하나다.
이달말부터 3일간의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H종합상사 朴모 부사장은 여느 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노트북PC를 챙겨 갈 예정이다.사내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기본적인 회사일을 매일 검토하기 위해서다.
국내 모그룹 비서실관계자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해외출장및 휴가때도 최고경영자가 직접 보고받고 결재하는 풍토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며 『국내업무의 대행자를 지정해 놓고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부재중인 톱(TOP)이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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