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超학습법" 노구치 유키오 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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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공부에도 노하우가 있다」.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56)일본 도쿄대교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超학습법』이 지난주 국내에 번역소개됐다.중앙일보사간.번역은 일본문제에 정통한 김용운한양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일본에서만 지금까지 1백50만부나 팔리면서 이전의 저서 『超정리법』『속 超정리법』에 이어 또다시 일본열도에 「유키오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책은 공부에서는 노력만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기존관념을 완전히 깨뜨린다.
입시제도등 교육문화가 일본과 비슷한 우리나라에서도 소개 1주일만에 각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한차례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시간에 쫓기는 학생은 물론이고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평생 공부의 강압에 눌려 사는 샐러리맨등 모두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키오교수가 내세우는 공부의 「왕도」는 무엇인가.세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공부에 흥미를 느껴야 하고▶부분을 완벽하게 소화하기보다 전체부터 파악하고▶80%정도 이해하면 앞으로 나아가라등으로 요약된다. 제1원칙인 공부에 흥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경우일례로 영어교과서가 따분하다 싶으면 맘에 드는 영어소설을 택하는 것도 권할만한 아이디어다.
또 평소 지식을 쌓는 것도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지름길이다. 유키오교수는 흥미와 지식의 경우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는 관계라고 강조한다.
요즘 흔한 외국여행도 해당 여행지의 역사나 지리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즐기면 더욱 새로운 것과 같은 이치다.
「개미의 눈」으로 부분을 파악하기보다「새의 눈」으로 전체부터파악하는 것이 공부의 제2원칙.
각 부분은 다른 부분과의 관계를 파악하면 이해가 더욱 쉽다는설명이다.어떤 책이든 읽기 전에 목차부터 차근차근 파악하는 것도 이 원칙을 따르는 예다.
유키오교수가 내세우는 3원칙은 2원칙과 맞물려 있다.
파악이 어려운 20%도 전체 구도를 확보하고 나면 저절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현대 직장인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영어공부에 대한 유키오의 조언은 어떤가.단어나 문법을 별도로 외우기보다 교과서를 통째로 암기하는 「통암기법」을 제안한다.
케네디 연설문의 한 구절인 『He did not refer to spires and towers,to campus greens and ivied walls.』를 통째로 외울 경우 이점이 많다.
「spires and towers」를 함께 외우면 탑(tower)꼭대기의 첨탑(spire)이 자연스럽게 연상돼 단어가 쉽게 외워진다.또 우리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전치사도 「refer to」식으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또다른 예.다른 사람의 컵에 물을 따를 때 『됐으면 그만 따르라고 말하세요』라는 뜻으로 『Say When (to stoppouring).』이라고 말한다.
이때 통암기법으로 공부한 사람은 『When!』이라는 대답에 익숙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아무래도 어색하다.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회화능력도 향상된다.
한마디로 영어를 공부할 때는 사고 자체를 「영어식」으로 하라는 충고다.
이 책에는 과목별 공부요령 외에도 유키오교수의 베스트셀러 도서인 『超정리법』의 요약도 실려 있다.
공부에는 시기가 따로 없다.「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때」라는 격언을 일깨워주는 일화도 중간중간에 짤막하게 소개된다. 노년에 이탈리아어 공부를 시작한 톨스토이,죽기 직전에 『파우스트』라는 명작을 남긴 괴테,70대까지 왕성한 작곡활동을 벌인 포레,91세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피카소,「통암기법」으로 15개 국어를 마스터한 독일의 고고학자 슐리만….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공부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직장환경의 변화로 현재 신입사원의 경우 직장을 평생 8번 정도 옮겨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직장을 바꿀 때마다 새로운 기술과 환경적응이 요구되기 때문에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굳이 전직이 아니더라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도 공부는 불가피하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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