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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첫 시즌 … 하승진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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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하승진이 지난 1월 10일 뉴욕 닉스전에서 드리블하고 있다.[연합] 작은 사진은 인터뷰 도중 재미있는 표정을 짓는 하승진. 비버튼=안용훈 기자

"체력만 좀 더 보강하면 NBA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인 최초의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하승진(20.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넘볼 수 없는 무대로 여겨졌던 NBA에서 하승진은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다.

게임당 1~2분씩 뛰며 적응기를 끝낸 하승진은 지난 20일 2004~2005시즌 마지막 경기인 LA 레이커스와의 홈경기에서 24분간 뛰며 13득점, 5리바운드, 1가로채기라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큰 키(2m23㎝)를 앞세워 덩크슛도 3개나 꽂아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26일(한국시간) 오리건주 포틀랜드 인근 비버튼에서 만난 하승진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오랫동안 뛰었고, 팀이 승리해 기쁘기도 했지만,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무엇보다도 큰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하승진은 데뷔전이었던 1월 7일 마이애미 히트와의 홈경기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벤치에 앉아 있는데 감독이 '하'라고 소리치며 나가라고 했어요. 온몸에 전율이 흐르더라고요." 이미 승부는 끝난 경기에서 1분11초 동안 뛰면서 득점도, 리바운드도 기록하지 못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 같았지만 하승진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 후 여러 경기에 출전하면서 몸싸움에도, 경기를 읽는 눈에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게 됐다.

지난해 6월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뽑힌 날, 하승진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NBA 진출을 위해 낯선 땅에서 고생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이미 그는 지역 유명인사가 됐다. 포틀랜드 구단은 하승진의 대형 사진을 포틀랜드 다운타운 입구에 걸어놓고 하승진 알리기에 열심이다. 교회를 가도, 쇼핑을 가도 그를 알아보고 사인해 달라는 팬들이 꽤 많이 생겼다. 특히 레이커스전을 지켜본 팬들은 조만간 하승진이 '괴물센터' 섀킬 오닐(마이애미 히트)을 능가하는 센터로 자랄 것을 믿고 있다.

운동 스케줄이 없을 때 하승진의 생활은 여느 대학생과 다르지 않다. 컴퓨터 게임도 하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자신의 차를 몰고 한국 음식점에도 자주 찾아간다. 일요일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포틀랜드의 한인교회에 나가 예배에 참석하며 자신을 조율한다.

하승진은 야구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곧 시애틀에 갈 생각이다.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는 추신수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포틀랜드에서 차로 두세 시간이면 시애틀에 갈 수 있다.

"다음달(5월) 초 한국에 갈 거예요. 1~2주 정도 머물면서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개인 시간도 가질 예정입니다."

포틀랜드로 돌아오면 금방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NBA 서머리그가 기다리고 있다.

비버튼=안용훈 시애틀지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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