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불능화 중단했던 북한 “에너지 지원은 협의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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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핵시설 불능화 중단 조치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6자회담 경제·에너지 지원에 관한 실무 협의를 제안해 왔다고 외교통상부가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남북 대표단은 19일 판문점에서 대북 에너지 지원 문제를 포함한 6자회담 합의 이행에 관해 협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불능화 중단 이후 강경 자세로 일관해 온 북한이 협의에 응해왔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6자회담의 큰 틀을 깨려는 의사가 없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라고 조심스레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협의를 통해 북한이 불능화 중단을 선언한 진의를 보다 분명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2·13 합의 이후 일련의 6자회담 합의에 따르면 에너지 지원은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서로 연계돼 있다. 북한을 제외한 참가국들은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대가로 중유 100만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제공해야 하며 이는 10월 말까지 마무리하기로 돼 있다. 따라서 북한이 차질 없이 에너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불능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협의에서 이 같은 사실을 강조하며 불능화 재개를 촉구할 계획이다.

불능화 중단 이후 강경 자세로 일관해 오던 북한이 협의에 응해 온 것은 그만큼 에너지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6자회담 하위협의체인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의장국인 우리 정부는 지난달 북측에 실무회의 개최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최근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챙길 것만 챙기고 할 일(불능화)은 계속 미룰 가능성도 있지만 회담장에 나오기로 결정한 데는 뭔가 배경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뇌수술을 받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재 건강 상태와 6자회담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있는지 여부도 탐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협의에는 우리 측 황준국 북핵외교기획단장과 북한의 현학봉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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