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미 대사관 폭탄 테러…16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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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멘 주재 미국 대사관을 겨냥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16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 등이 17일 보도했다.

예멘 주재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17일 오전 9시15분쯤(현지시간) 폭탄을 실은 한 대의 차량이 대사관 정문 앞으로 돌진한 뒤 폭발하고 이후 박격포 공격이 이어져 대사관을 지키던 경비원 6명과 길을 가던 시민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공격을 감행한 테러범 6명도 현장에서 즉사했다. 테러 공격 후 스스로 ‘이슬람 지하드’라고 밝힌 예멘의 한 과격 이슬람 테러 단체가 AFP통신에 서한을 보내 자신들이 테러를 저질렀으며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 등의 대사관에 대해서도 유사한 공격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망한 경비원 6명은 모두 예멘인이었고, 희생된 시민 가운데 3명은 예멘인, 1명은 인도인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차량 폭발 이후 두 번 폭발음이 들렸으나 정확하게 무엇이 폭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예멘 당국자는 “이날 미국 대사관 주변에서 두 대의 차량이 폭발했으며 폭발 이후 박격포 공격이 이어지고 10분 동안 총성이 끊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폭발로 대사관 정문 입구와 주변의 가옥이 심하게 훼손됐다.

예멘 의료진은 “이날 테러로 7명의 예멘인들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이들 중엔 어린이도 있다”고 전했다. 사고 직후 중무장한 수백 명의 보안군이 출동해 대사관 주변을 에워싸고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미 백악관은 이날 미 대사관에 대한 테러 공격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예멘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아버지의 고향이다. 최근 예멘에서는 미 대사관을 노린 테러 공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앞서 3월에는 미 대사관을 겨냥한 박격포가 바로 옆 여자 고등학교에 떨어져 1명의 경비원이 사망하고 10여 명의 여고생이 부상했다.

2002년에도 미 대사관에 대한 수류탄 공격이 있었다. 당시 붙잡힌 테러범들은 “이스라엘을 보호하는 미국에 보복하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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