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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쇼크' 한국 證市 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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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 들어 가파르게 오르던 주가와 안정세를 찾아가던 환율이 중국 경기의 둔화 가능성이라는 복병을 만나 요동쳤다.

29일 증시에서는 외국인투자가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이달 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외환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달러환전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화환율이 이달 들어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원인=이날 773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복합적인 악재들이 한꺼번에 작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도화선에 불을 댕긴 것은 중국 정부의 경기억제 표명이었다.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전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열된 경제를 냉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히자 세계 증시의 주가가 즉각 곤두박질쳤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2.12% 하락하며 2000선 아래로 떨어졌고, 홍콩에서도 29일 중국 국적의 기업들만 모아놓은 홍콩H시장이 5%나 폭락하는 패닉장세가 나타났다.

이미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로 세계 증시의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던 가운데 중국의 긴축정책 시사가 세계 증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골드먼삭스의 임태섭 전무는 "아시아 투자의 최대 안정장치였던 수출에 불안감이 생기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이 매도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도 외국인의 투매를 부채질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한국, 대만, 홍콩H시장에서 손을 뺀 외국인들은 대부분 위안화 절상이 불발되면서 환차익 기회를 놓친 핫머니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장=미국계 종합투자은행 메릴린치는 이날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메릴린치는 외국계 금융회사 가운데 비교적 국내증시를 낙관적으로 봐왔다.

UBS 안승원 전무는 "중국은 미국과 나란히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으로 떠올랐기 때문에 중국의 긴축정책은 한국의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며 "이날 사상 최대의 외국인 순매도는 이에 대한 반응"이라고 말했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경제회복의 외기둥이던 수출마저 애로를 겪게 되면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덜란드계 ABN암로증권은 지난 27일 한진해운에 이어 이날 LG화학에 대해서도 매도의견을 제시해 국내 증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강화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단기차익을 노린 핫머니가 이익실현을 위해 빠져나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망=이날 외국인의 투매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셀 코리아'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발 충격이 워낙 갑작스러워 시장에서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기업실적이 탄탄하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씨티글로벌증권 유동원 상무는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이 걱정이지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회복 추세에 있고 한국 기업의 이익 성장률도 외국의 경쟁기업보다 20% 이상 높다"고 말했다.

더욱이 중국정부가 긴축정책을 시사하고 나선 이유도 9%대에 이르는 과열성장을 조절해 연착륙시키기 위한 조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세계경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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