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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기행>"경제철학의 가르침" 하일브로너 著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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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제학도중에서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제대로 독파한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애덤 스미스.데이비드 리카도.토머스 맬서스등 비교적 현대에 가까운 경제학자들의 핵심 학설을 바탕으로 하되 최신 경제이론에편중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경제사 전문가인 미국의 로버트하일브로너(77)가 쓴 『경제 철학의 가르침』 (Norton 刊)은 경제학 전공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교양에도 유익한 경제사상사 책이다.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경제사상사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이 책은 하일브로너가 지난 53년 스미스.맬서스. 리카도.
카를 마르크스등의 사상을 비교분석한 『세계의 철학자들』의 속편격이어서 두권을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하일브로너는 『세계의 철학자들』이 지금까지 3백만권 이상 팔리며 고전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유명한 학자지만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경제 철학의 가르침』은 구약에서부터 아리스토텔레스.토마스 아퀴나스등을 거쳐 존 메이나드 케인스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경제생활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 경제사상의 흐름을 짚고 있다.스미스의 『국부론』.맬서스의 『인구론』.리카도의 『정치 경제학』.케인스의 『고용.금리.화폐 일반론』등 주요 저작 중에서 핵심 부분을 발췌하고 해석을 달았다.
초기 경제사상에서는 성경.아리스토텔레스.아퀴나스,상업혁명 편에서는 버나드 맨더빌.토머스 문.리처드 캔틸론등,고전 경제학자편에서는 스미스.맬서스.리카도.존 스튜어트 밀,20세기 경제학자편에서는 소스타인 베블런.케인스.조지프 슘페터 등이 소개되고마르크스는 별도의 장으로 30여쪽을 할애하고 있다.
구약에도 부(富)에 관한 언급이 여러 곳에 나타난다.「잠언 13장 5편:망령되이 얻은 재물은 줄어가고 손으로 모은 것은 늘어가느니라」.구약에서는 경제행위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언급은없다.고리대금에 대해서도 벌어들이는 수익은 비난 하면서도 금리부과로 인한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전혀 없다.
다시 말해 부를 추구하는 행위를 사회의 속성으로 파악하지 않고 단지 행위자의 도덕성을 해치는 것으로만 인식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경제 행위를 「oeconomia」와 「chrematistike」로 나눴다.뒷날 「oeconomia」는 경제학(economics)으로,「chrematistike」는 이재학(理財學.chrematistics)으로 발전한 다.
예컨대 양봉과 가축이나 물고기를 기르는 행위는 「oeconomia」이고 해상이나 육상을 통한 상업.가게운영.고리대금이 「chrematistike」에 속한다.하일브로너는 바로 이 점을들어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장행위에 도덕적인 측면외 에 사회적인 측면까지 파악한 최초의 철학자라고 주장한다.
아퀴나스의 『신국』에서는 사고 파는 과정에 이뤄지는 사기(詐欺)와 이자 취득이 죄로 인식되고 있다.하일브로너는 이 시기에이미 시장사회가 태동됐다고 본다.그러나 체계적인 시장구조,즉 자본주의의 태동은 17세기로 잡는다.
17세기를 다룬 상업혁명 편에는 세가지 주요한 사회변화가 나타난다.돈벌이가 보편화된 사회에서는 교회의 가르침을 그대로 일상생활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또 외국과의 교역이 활성화됨에 따라 한 나라가 외국에 파는 것보다 더 많은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의문과 비조직적으로 보이는 시장에도 질서를 부여하는 어떤 메커니즘이 있지않을까라는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자유시장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미스의 저작에도 자유시장의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강하게 느껴진다.「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국부론』보다 앞서 발표된 『도덕감정론』에서 스미스는 「완전한 자유사회」로 부른 「자본주의」가 영혼을 부패 시킬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그때만 해도 자본주의라는 어휘는 만들어지지않았다.스미스는 아울러 동정심과 사회적 압력이 개인의 탐욕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여기서 하일브로너는 정부의 보다 큰 역할을 읽어낸다.
보수주의 경제학자뿐 아니라 마르크스까지도 스미스한테서 많은 가르침을 얻는다.봉건시대 이전의 사회에 관한 스미스의 저작에는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의 씨앗이 보인다.마르크스보다 1백년이나 앞선 스미스의 저작에 노동생산량과 노동에 대한 지불의 차액을 말하는 잉여가치에 관한 설명이 들어 있다.이렇게 보면 마르크스의 위대함은 특출한 분석능력에 있다고 하겠다.이 책을 보면 역사에 남은 유명 경제이론은 사회 속의 각 개인의 행태를 정확히파악한 것들임을 알 수 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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