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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의 세금으로… 기생충 감염률이 97%→56%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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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 12면

KOICA 봉사단원 강선미씨가 라오스 비엔티안주 툴라쿰군의 쩽 마을에서 어린이들에게 칫솔질을 가르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최빈국 라오스에 주는 선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툴라쿰군 쩽 마을의 불교 사원. 마을회관 역할을 하는 이곳에서 한바탕 축제가 벌어졌다. 비엔티안 미타팝 병원에서 봉사 근무 중인 한국인 의료진과 미용사, 유아 교육 봉사자들이 출장을 나온 것.

KOICA의 베트남·라오스 무상 원조 사업 현장

“싸 바이 디. 므 능 씨 캐오 삼 트아 랑 아 한 삼 나 티(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를 하루에 세 번 식사 후 3분간 닦아야 해요.)” 사원 마루에 모인 100여 명의 아이는 봉사자 김혜림(29)·강선미(29)씨의 ‘이 닦기 율동’에 정신을 뺏겼다. 한국 유치원을 보는 듯했다.

사원 마당 한편에선 의자에 앉은 청년 10여 명이 싱긋싱긋 웃으며 “까우리(한국) 스타일, 까우리 스타일”이라고 노래 부르듯 한다. 한류가 태국·베트남을 넘어 라오스까지 넘어왔다고 했다.

진료 책상 앞은 장사진이다. 열흘 전 발생한 홍수로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부쩍 많아졌다. 군복무 대체 협력 의사로 파견된 한상훈(내과)씨는 “한번 올 때마다 400명 정도 진료한다”며 “주민에게 위생 교육을 시키는 게 더 큰일”이라고 했다. 콜레라가 창궐할 때 “시냇물을 먹지 말라”고 하면 “산의 정기가 서린 물은 괜찮다”며 막무가내인 주민이 많다.

1.하노이의 환경기술연구소에 마련된 폐수 처리 기술 협력 시설. 2.라오스 비엔티안주 틴융 마을의 식수대. 3.라오스 루아프라방주의 태권도 교육 현장.

라오스에는 일반 봉사단원과 군복무 대체자로 선발된 국제협력의사와 협력요원(태권도 강사 등) 68명이 10개 주에서 활동 중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6월 라오스 루앙프라방주로 온 안현진(25)씨는 “주민이 착해서 오히려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안씨는 “화장실이 없어 쉽게 기생충에 감염되는데 신발을 신으라 해도 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듣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상수(60)씨는 “3년 전 팍셍 마을 주민의 기생충 감염률이 97%였는데 약을 먹이고 위생 설비를 해 56%까지 내렸다”고 했다. 그는 3년 전 봉사 단원으로 라오스에 왔다가 지난해 직장을 아예 그만 두고 다시 온 시니어 단원이다.

팍셍 마을에는 주변 5개 마을 주민용 KOICA 보건소가 최근 문을 열었다. 팍셍 마을의 이장(여)은 “애들이 아파도 기도만 하다 병을 키웠는데 보건소가 생겨 온 마을 주민에게 큰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원조의 각축장 베트남
베트남은 2020년을 ‘공업화·현대화 완성의 해’로 삼고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원조 투자’를 하듯 경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원조 공여국 회의에서 각국과 국제기구가 약속한 지원액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54억3000만 달러였다. 일본은 11억1100만 달러(무상 6000만 달러)를, 한국은 2억8600만 달러(무상 16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부경대 수산생명의학과 4학년에 다니다 2006년 11월 KOICA 베트남 봉사단에 합류한 백미화(22)씨는 하노이시 인근의 호앙빈성 푸밍 마을에서 담수어 양식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백씨는 “처음엔 일본국제협력단(JICA)이 인근에 대형 병원을 지어 주어서인지 주민들이 소규모 양어장을 만드는 데는 눈도 돌리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마을 어른들의 사진을 찍어 주며 관심을 유도한 덕에 지금은 달라졌다. 푸밍 마을 주민 웬방디(41)는 “미화씨 덕분에 올 12월에 틸라피아(역돔)를 팔아 3000만 동(약 190만원)을 벌게 됐다”며 좋아했다. 농사만 지을 경우 웬의 1년 수입은 480만 동 정도다. 웬은 백씨에게 배운 기술을 주민에게 전수하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 환경기술연구소에 파견돼 폐수 처리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환경전문가 김기윤씨는 “한국은 장비만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십수년 전의 경험과 기술을 그대로 전해 준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활동 중인 KOICA 봉사단은 80여 명. 수교 이후 7940만 달러를 무상 지원했다. 2000년 들어선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주둔한 중부 낙후 지역에 원조를 집중했다. 전쟁 상흔을 치유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하노이시 세인트 폴 병원엔 4층짜리 ‘한-베트남 우정 병원’이 문을 열었다. 1995년 병원 한 귀퉁이에서 시작한 의료 협력의 결실이다. 르반디엠 세인트폴 병원장은 “한국민의 세금으로 하노이 주민의 진료 환경이 좋아졌다. 한국민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했다.

베트남은 한국의 참전 상처가 남아 있는 나라이자 2만~3만 명의 베트남 여성이 한국으로 시집 온 ‘사돈 나라’다. 임홍재 주베트남 대사는 “정말 가깝게 지내야 할 나라”라면서 “베트남에 원조하고 투자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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