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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로기쁨찾자>서울 육광남씨 一家의 봉사 2년 체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이웃을 돌아보는 작은 마음씨와 손길에 공동체의 미래가 걸렸다.』중앙일보가 국내에선 개념 자체가 생소한 자원봉사 캠페인을시작한지 7일로 만 2년이 됐다.우리 사회를 밝고,건강하고,살맛나는 공동체로 가꿔보자는 뜻에서 시작한 캠페인은 그동안 우리사회 곳곳에 크고 작은 변화를 몰고 왔다.캠페인 2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2개면의 특집으로 정리한다.
[편집자註] 『자원봉사로 우리 가족은 새로 태어났어요.』 중앙일보의 자원봉사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지난 2년동안 본격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던 육광남(陸光男.46.사업.서울창신동)씨네 네식구는 이웃을 도우면서 「사랑의 엔돌핀」을 만들어 내는 가족이다.『자원봉사한 뒤 흐뭇한 마음이 가족에게로 이어져 더 화목한가정을 가꾸는 자양분이 된답니다.자녀와의 솔직한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지지요.』 陸씨와 부인 서기례(徐基禮.44)씨,딸 동경(17)양,아들 동일(15)군은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어김없이 손을 맞잡고 무의탁 노인 집의 도배.보일러 수리등에 나선다.이들 가운데 陸씨는 거의 매주말 봉사활동을 펼치고 신부전증을앓고 있는 徐씨는 몸상태가 좋을 때 나서고 있다.
토요일인 지난 6일 오후3시 서울창신동 달동네에 있는 盧모(85.여)씨의 1평도 안되는 문간방.陸씨 가족은 팔을 걷어붙이고 벽 곳곳에 검푸른 곰팡이가 슬고 캐비닛 위에는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는 이 방의 살림살이를 들어낸뒤 벽을 뜯어내고 있었다.장롱.장판 밑에서는 쥐똥이 쓰레기통으로 반통이나 나왔다.
동일군은 고약한 냄새에 코를 틀어쥐어야 했다.봉사현장에 함께나온 高모씨의 딸 아라(10)양과 동일군등은 마치 릴레이하는 것처럼 도배지를 운반하고,어른들은 긴 도배지에 풀을 발라 벽에붙였다.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이 방은 환해졌고 먼지가 쌓여 있던 부엌 살림살이에서도 윤기가 났다.외아들을 미국에 보내고 혼자 사는 이 할머니는 『陸씨는 아들보다도 낫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陸씨는 지난해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현장에 뛰어나가 구조작업을 펼치다 결성된 민간자원구조단의 일원이 돼 지난 1년동안만도 3백여 노인 가구의 도배.보일러 수리에 참여했다.
『과거에도 남을 위해 산다고 생각했으나 아무래도 소유를 위해숨가쁘게 살아온 생활이었습니다.』陸씨는 특히 『부인이 신부전증진단을 받고 가족이 정신적인 고통을 겪으면서 어려운 사람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게 됐다』며 『남의 도움을 받기 전에 먼저 남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무의탁 노인등 돕기에 나섰다』고 말했다.陸씨는 『자원봉사에 본격 나서면서 아이들에게도 떳떳하다』며『탤런트인 동일(일요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의 만수역)이도 봉사하면서 겸손해지고 생각하는게 넓어졌다 』고 말했다.
陸씨는 94년 이후 창신동의 무의탁노인등을 도운 공로로 지난달 서울시로부터 자랑스런 시민상을 부상 1백만원과 함께 받았다.陸씨의 부인은 이 부상에 10만원을 보태 쌀 25부대를 사 동네의 무의탁 노인.소년소녀 가장등에게 돌렸다.부 모님이 안계신 陸씨 가족은 盧씨 할머니와 서울 신림동에 사는 金모 할머니와 결연을 맺었다.부인 徐씨는 『건강이 좋아지면 올해 대학시험을 치르는 딸과 함께 그동안 제대로 못한 자원봉사를 열심히 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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