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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아이템] 목에 거는 신분증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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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새로운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살아야 하는 디자이너.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지만 리서치 자료나 아무런 정보 없이 어떤 것을 만드는 일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궁 속에서의 마라톤처럼 힘이 듭니다. 아무리 천재적인 디자이너라도 영감 없이 꾸준히 일을 하기란 쉽지 않죠. 그래서 많은 디자이너가 영감을 찾기 위해 여행길에 오르거나 주변을 다시 한번 조심스레 살펴봅니다.

유명한 코카콜라 병 디자인은 여성의 몸매를 닮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필립스탁은 레몬이나 라임 즙을 내는 기구를 다리 3개의 거미를 닮은 모습으로 디자인해 보기에도 즐겁습니다.

얼마 전 나이키에서 여러 가지 미디어를 이용한 흥미로운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나이키 운동화 디자인과 관련된 재미있는 역사와 발전 과정을 들을 수 있도록 입장객 전원에게 아이팟을 나눠 줬습니다. 덕분에 사진과 비디오로 가득한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요. 특히 육상 기록 경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신발 디자인을 고민하던 중 주방의 와플 기계에서 영감을 얻어 운동화의 고무창을 좀 더 발의 움직임에 밀착한 형태로 개발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적인 연기를 하려면 배우의 경험이 풍부해야 하는 것처럼 생활에서 빛나는 제품을 디자인하려면 일상의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생활과 디자인의 관계는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의 소재나 크기를 다르게 해서 제작한 인테리어 소품이나 패션 아이템들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는 좋은 예입니다. 여름 상품 세일 코너에서 운 좋게 엔할리우드(N. Hollywood)의 목걸이를 발견했습니다. 목걸이는 행사 진행요원이나 회사원들이 착용하는 신분증을 닮았지만 심심한 캐주얼 의상, 좀 더 멋을 내고 싶은 수트 차림에 재미를 더해 줍니다. 이번 가을·겨울에 밀려올 심심한 블랙 컬러 의상에 새로운 활력과 영감을 줄 수 있는 아이템 중에 하나죠. 여러분은 이번 주말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패션 영감을 찾으셨나요? 

하상백 (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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