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페스타1비엔날레>下.출품 한국작가 감수자.구정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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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번 「마니페스타1」에 참가하는 70여명의 출품작가 가운데 한국인으로서는 설치미술가 김수자씨와 파리에서 작업하고 있는 구정아씨등 2명이 포함돼있다.유럽이 주축이 된 행사인만큼 유럽작가의 작품이 수적으로 압도하고 있지만 모더니티와 독특한 동양적정서가 어우러진 한국작가들의 작품이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김수자(39)씨의 작품은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12개 미술관중 중심부에 위치한 「보이만 미술관(Museum Boijmans)」에 마련돼있다.『수수께끼』『멈춤』등 다른 관들이 이름에 맞는 특정주제를 담은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지만 이 관만은전시작품들간에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
김씨의 작품도 아무 사전정보없이 미술관에 들어가서 막무가내로찾으면 낭패볼 수밖에 없다.뜻밖에도 김씨의 작품은 비테 드 비트스트라트 거리와 면해있는 1층의 카페테리아에서 만날 수 있다.카페테리아에 있는 20여개의 테이블 위에 있는 테이블보가 바로 김씨의 작품이다.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바느질해 걸어가기』등에서 보여주었던 수많은 헌 옷감과 헌 옷을 보자기로 쌓아 부피가 큰 작품과는 달리 한국 전통의 헌 이불보로 만든 얇은 테이블보가 전부다. 김씨에게 테이블보는 다른 작가들에게는 캔버스와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테이블이라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만남의 장이다.
여기서 만나 먹고 마시고 대화하고….이 모든 행위를 김씨가 실로 꿰매듯 엮어나간다.이 테이블은 김씨가 관람객들을 초대하는장소인 셈이다.
줄곧 헝겊을 꿰매고 싸는 작업을 했던 김씨는 여기서도 보이지않게 사람들을 싸고있는 것이다.
구정아씨의 작품은 김수자씨의 작품이 있는 「보이만 미술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빌라 뮤지움파크9」등 두곳에서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피사로와 고흐.칸딘스키.피카소등 이 미술관 컬렉션이 있는 보이만 미술관 2층의 방들을 지나 막다른 곳에 다다르면 거기에 바로 구씨의 작품 『아름다운 쓰레기통』을 만날수 있다.
이 작품은 이름처럼 헌 봉투,초콜릿 껍질,쓰고난 휴지등 각종쓰레기들을 3평 정도의 공간에 질서정연하게 늘어놓은 것이다.
「가정」과 「장소」가 갖는 광범위한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들을전시하고 있는 빌라 뮤지움파크9에 있는 작품은 이것과는 완전히다르다.2층에 호주 작가 케시 테민의 작품과 함께 놓여있는 『메종 플로탕트』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나무와 스티로폴을 이용해작은 집을 만든 것이다.
이것을 창문틀 위나 기둥아래 벽 모서리등 방안의 곳곳에 설치해 놓았다.김수자의 작품만큼 직접적으로 한국성을 띤다기보다는 유럽적인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로테르담(네덜란드)=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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