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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홍콩반환 앞으로1년"시리즈를 끝내고-홍콩에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빌린 장소,빌린 시간에 천(千)의 얼굴을 가진 홍콩」.
영국의 식민지배 아래 있는 홍콩을 빗댄 말이다.빌린 장소와 빌린 시간을 원주인에게 돌려줄 시각도 이제 1년이 채 안남았다. 그러나 지고 뜨는 두개의 태양을 동시에 쳐다 보는 홍콩인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홍콩인들은 「환경에의 적응」을 숙명으로 여기고 지금까지 부지런함 하나로 황무지를 일궈 부(富)와 번영을 손에 쥐었다.그러기에 97년 이후의 홍콩도 낙관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새로 유입될 중국 대륙인들과의 문화충돌은 어떻게 해야하는가.하루 1백50명,연간 5만명이 새로 홍콩에 발을 디디는중국 대륙인들의 홍콩인들에 대한 질투.반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홍콩 은행에서 거래를 트려다 만다린(베이징 표준어)을 썼다는이유로 천대받은 경험담.자신들의 수백.수천배에 달하는 홍콩인들의 씀씀이와 사치스러운 생활등.
대륙인들은 홍콩인을 흔히 「바나나 맨」이라 부른다.중국인으로서의 교육을 받지 못해 몸은 노랗지만 생각은 하얗다는 뜻이다.
반면 홍콩인들에게 대륙인은 무엇이든 공짜로 얻어 먹으려는 식객(食客)이다.
밥 한번 사는 적 없으면서 조금이라도 대접이 시원찮으면 『인색하다』며 험담을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홍콩 반환에 따른 준비가 진행되고 있으나 문화충돌에 대한 대비책은 아직 어느 쪽에서도 심각하게 논의되지 않고 있다.거대한역사의 실험장 속에서 대륙인과 홍콩인들이 어떻게 하나로 섞여나갈지 남북통일이란 과제를 앞둔 우리에게도 큰 관 심이 아닐 수없다.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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