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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여행>以卵投石-계란으로 바위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한번은 순자(荀子)가 조(趙)의 효성왕(孝成王) 앞에서 임무군(臨武君)과 용병(用兵)에 대해 논란을 벌인 적이 있었다.임무군이 먼저 말했다.
『천시(天時)와 지리(地利)를 이용하고 적의 동정을 보아 기선을 잡도록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나 순자는 먼저 민심(民心)을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에 반대했다.
그 까닭은 간단하다.아무리 활의 명수인 예(예)라 하더라도 활이 좋지 않으면 맞힐 수 없고,조보(造父)같은 명 기수(騎手)도 둔마(鈍馬)로는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임무군도 지지 않았다.
『그렇지 않습니다.용병의 핵심은 형세를 보아 승리하는 데에 있고,행군은 모략과 변화에 있으니 용병에 능한 장수는 신출귀몰하듯 합니다.손자(孫子)나 오자(吳子)의 용병이 그러했습니다.
전쟁과 민심은 별개의 문제지요.』 순자도 반론을 제기했다.권모술수(權謀術數)로 공격하는 것은 제왕(帝王)의 용병이 아니라 제후(諸侯)의 용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걸(桀)과 같은 폭군(暴君)을 칠 때라면 혹 권모도 필요할 지 모르겠으나 그런 방법으로 요(堯)와 같은 성군(聖君)을 대하는 것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以卵投石)과 같고 손가락으로 끓는 물을 휘젓는 것(以指撓 沸.이지요비)과 다름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그것은 「무의미한 짓」이라는 것이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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